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당선인이 선거 전 내세웠던 가계부채 문제 해결 방안을 비롯한 서민금융 관련 공약들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거나, 자칫 금융소비자의 모럴해저드를 키울것이란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도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 朴의 서민금융, 어떤 내용 담았나
박 당선인 역시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금융 관련 공약에 서민을 유독 강조했다. 올해 금융권 최대 현안이었던 가계부채, 특히 다중채무자와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목한 것이다.
박 당선자가 내세웠던 가계부채 해법은 △국민행복기금 18조원 투입 △연체채권 매입 및 대출이자 감경 △1인당 1000만원 한도에서 고금리 대출 저금리로 전환 △프리워크아웃 대상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국민행복기금은 연체된 가계대출 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방안이다. 공공재원을 바탕으로 기금을 마련해 연체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프리워크아웃 대상 확대 방안 역시 주목받는 공약이다. 현행 채무 불이행 기간 연속 30일 초과 90일 미만으로 돼 있는 것을 1년 이내, 연체일수 총 1개월 이하로 확대해 신용회복을 조기에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밖에도 박 당선인은 연체 학자금 대출 추심을 중단토록 하고, 원금 50%를 탕감한 뒤 분할 상환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3대 서민금융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아울러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도입 △보유주택 지분매각 제도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분매각제도'는 공공금융기간이 공적자금으로 하우스푸어를 지원해 주는 방안이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전세금이 없는 세입자를 위해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대출을 얻은 집주인에게는 세제혜택이 부여된다.
◇ 소비자 모럴해저드와 금융권 수익악화
박 당선인의 공약이 당초 계획대로 이행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무책임하게 포퓰리즘만을 앞세워 표를 끌어모았단 비난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서민금융 공약이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모럴해저드를 확산시킬 수 있고, 금융기관들은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더블 악재'에 직면하게 된다.
우선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출자들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주택대출을 성실히 상환하고 있는 채무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할 부분이다.
학자금 대출 연체 해법도 마찬가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직장인에 비해 대학생들은 연체를 하거나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에 대해 심각성을 덜 느끼고 있다"며 "사회생활과 금융거래 경험이 적은데다 학생이란 신분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민행복기금 조성, 저금리 대출로 전환, 프리워크아웃 확대 방안 등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논란이 일 것이 분명하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간부는 "얼마 전 억대 연봉자가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보도가 있었을 정도로 금융소비자들의 모럴해저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대출금 상환 능력이 없는 채무자는 조금이라도 빨리 회생시켜 줄 필요가 있지만, 의도적인 프리워크아웃이 늘어나는 등 모럴해저드가 만연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가계부채 해결과 서민금융 강화를 위해 모든 은행이 어느 정도 손실을 감당할 준비는 돼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방적인 친서민 정책으로 은행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해 정책을 구상하다보면 분명 공약 중 일부가 수정될 수밖에 없다"며 "중요한 것은 금융시스템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무리하게 금융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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