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샤프와 독일 노발레드, 미국 코닝 등 굵직한 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해당 기업의 핵심기술과 기존에 삼성이 영위해 왔던 사업 간의 시너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소재 사업 분야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 친구부터 경쟁자까지…지분투자 활발
삼성디스플레이는 23일 미국 코닝의 지분 7.4%를 전환우선주 형식으로 23억 달러(2조4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는 7년 후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주주는 삼성전자로 사실상 그룹 차원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투자는 코닝의 앞선 소재 기술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번 포괄적 협력 계약 체결은 그동안 디스플레이 기판용 유리 제조 중심이었던 양사의 협력관계가 한 단계 격상돼 다른 사업분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신사업에서도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코닝은 각종 디바이스에 탑재되는 기판 유리는 물론 광섬유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무기 소재에 이르기까지 소재 사업에서 상당한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이번 투자에는 양사의 40여년에 걸친 돈독한 유대관계도 한몫을 했다.
삼성이 코닝의 최대주주가 된 만큼 향후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SDI, 제일모직 등 그룹 내 전자·소재 계열사와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지난 3월 그동안 TV와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경쟁 관계였던 샤프에 104억 엔(1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를 인수한 바 있다.
샤프는 세계 최초로 LCD 패널을 생산한 기업이며 관련 원천기술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샤프 지분 인수를 통해 중국과 대만 패널업체들을 견제하는 한편 샤프의 핵심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게 됐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반도체 개발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결정이었다.
◆ 필요하면 직접 사들인다…M&A도 급증
삼성의 투자가 지분 확보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되면 해당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독일 OLED 기업인 노발레드 인수로 제일모직이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노발레드는 고효율 OLED용 소재의 핵심기술과 특허를 500건 이상 보유한 기업이다.
이밖에도 2011년에는 의료기기 사업 강화를 위해 메디슨을 인수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심장질환 진단 솔루션 업체인 넥서서를 사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SSD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를 인수했다.
삼성이 지분 투자를 하거나 직접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그룹 차원에서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분야나 소재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일련의 투자 조치들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복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사장단에게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 사업과 소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수차례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과정에서 쌓인 풍부한 유동성이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4분기에도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1000억원으로 기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한 재계 인사는 “삼성이 수년간 어닝 서프라이즈로 쌓은 풍부한 유동성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룹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대부분으로 이같은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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