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스윙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야, 너 언제 샷 할래?”
티잉 그라운드에서 이런 상황 겪어봤을 것이다. 평소 아무리 인내심이 깊더라도 골프장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참기 어려워진다. 동반자 모두의 페이스를 무너뜨리는 이런 늑장플레이 골퍼는 이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모두에게 배척당한다.
골프룰에서는 지나치게 플레이를 지연시키는 것에 대해 벌타를 부여한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대회룰에 의거하는데, 통상적으로 프로선수들의 대회에서는 스트로크를 위한 시간으로 40초가 주어진다. 다음의 경우에는 최대 60초까지 허용된다.
파3홀에서 제일 먼저 티샷을 하는 경우, 파4나 파5홀에서 제일 먼저 세컨드샷을 하는 경우, 파5에서 제일 먼저 서드샷을 하는 경우, 퍼팅그린 근처에서 제일 먼저 쇼트게임을 하는 경우, 퍼트를 제일 먼저 하는 경우.
요컨대 첫 번째 플레이어에게는 최대 60초까지 주어지고, 그 이후로는 자기 차례가 됐을 때 모두 40초 이내에 스트로크를 마쳐야 한다.
통상적인 아마추어 플레이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티를 꼽고, 연습 스윙을 한 번 한 다음, 방향을 확인하고, 어드레스를 하고, 왜글을 한 번 하고, 스트로크를 한다. 이 과정을 매끄럽게 하면 대략 30초가 걸린다. 연습 스윙을 두 번, 왜글을 두 번 하고 스트로크를 하면 40초가 된다.
프로들의 경우 매번 이렇게 시간제한을 받으면서 볼을 치는 것은 아니다. 코스 전체적으로 플레이어들의 흐름이 괜찮거나 앞조가 느려서 같이 느려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앞조와의 간격이 벌어질 정도로 지연플레이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 때 경기위원이 초시계를 들고 감시를 하기 시작하고, 이 때 ‘40초 룰’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 시간을 어기면 경고가 주어지고, 두 번째로 어기면 1벌타와 5000달러의 벌금, 세 번째로 어기면 2벌타와 1만달러의 벌금, 또한번 더 어기면 실격이다. 늑장플레이에 대한 미국PGA투어의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어드레스 이후에 지나친 왜글로 인해 플레이를 지연시켜 문제가 된 대표적인 프로선수로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재미교포 케빈 나가 있다. 가르시아는 한 때 왜글을 36회나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왜글 중독이었고, 케빈 나 역시 24회나 할 정도로 중독이었다. 2012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케빈 나의 왜글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안타깝기도 했다. 본인으로서는 잘 나가던 리듬이 지연플레이 경고를 받으면서 완전히 무너져 우승을 놓쳤으니 말이다. 이 사건 이후로 그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책을 하면서 그 습관을 고쳤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아주 모범이 되는 동영상 하나를 보았다. 미국 골프채널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프 스윙’을 가진 골퍼 순위를 매겼는데, 10명 중에서 유일하게 여성 골퍼가 한 명 있었다. 1위 벤 호건, 3위 타이거 우즈의 사이에 2위를 한 미키 라이트다. 1935년생인 라이트의 1964년 동영상을 보면, 호건이 “내가 본 최고의 스윙”이라고 칭찬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동영상보기(https://www.youtube.com/watch?v=zB11_Vwkqm8)
그런데 라이트에게는 스윙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간결한 프리샷 루틴이다. 티를 꼽고, 방향을 확인하고, 어드레스를 하고, 왜글 한번…. 그러고 곧바로 샷을 한다. 이 리듬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진정으로 따라할만한 모범적인 프리샷 루틴으로 보인다.
이 영상을 보면 비록 내리막 경사이긴 하지만 드라이버로 310야드를 쳤다는 말이 나온다. 여성 골퍼가 1964년의 골프 장비와 골프볼로 310야드를…. 일단 프리샷 루틴부터 따라해 보자. 그러다 보면 라이트처럼 스윙도 좋아지고, 거리도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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