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유엔아이는 전월 27일 현대글로벌 지분 4.65%(보통주 23만5518주)를 1주당 2만6450원씩 총 62억2945만원에 취득했다.
이번에 취득한 주식은 특수목적회사 에이치유에스가 보유해 온 전환우선주 41만257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물량이다.
전환우선주를 현대글로벌에서 직접 매수하는 대신 현대유엔아이가 떠안은 것은 현대글로벌 자금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벌은 투자사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2011년 정보기술(IT)업체 현대유엔아이에서 인적분할한 회사로, 이듬해인 2012년 적자로 돌아서 130억원 이상 순손실을 냈다.
이런 손실 가운데 상당 부분은 ISMG코리아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글로벌은 현재 ISMG코리아에 40% 지분을 출자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현대글로벌은 2012년 ISMG코리아에 255억원 상당 지급보증을 서주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부실이 커진 가운데 이를 보전해주고 있는 것은 현대그룹 우량 계열사다.
현대글로벌 측 전환우선주를 취득해준 현대유엔아이는 2012년 전체 매출에서 60%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리며 13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결국 계열사 몰아주기로 벌어들인 돈이 현대유엔아이를 거쳐 현대글로벌로 넘어간 셈이다.
현대증권도 현대글로벌 측 부실을 떠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유엔아이는 현대글로벌 지분을 매수한 지 사흘 만에 현대증권을 상대로 200억원 상당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유상증자 규모는 현대유엔아이 측 2012년 말 총자산(507억원) 대비 40%에 맞먹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유상증자 규모가 과다하다며 현대증권이 동반부실화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 현대증권은 이미 적자를 내고 있다. 작년 4~9월 연결 기준 영업손실 및 순손실이 각각 492억원, 184억원에 달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공인회계사는 "유상증자 당시 증자 목적을 운영자금으로 공시하고, 그 자금을 타법인 지분 취득에 썼다면 문제가 있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향후 어디에 쓸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측 관계자는 "현대유엔아이가 유상증자를 한 것과 현대글로벌 지분을 확보한 것은 별개의 일"이라며 "유엔아이가 글로벌 지분을 사들인 수준은 미미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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