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및 실물시장에서 엔저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한만큼, 환율 하락 속도를 적절히 제어하고 추가 파급효과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한국국제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주최로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했을뿐만 아니라, 원화대비 엔화 환율의 변동성도 크게 확대돼 국내 수출기업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초 100엔당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면서 일본과의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 기업의 올해 기업실적 추정치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올해 증시 개장 후 49개국 중 우리나라의 증시수익률 순위는 47위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ㆍ엔 환율 하락이 심화되면서 국내 증시 대표종목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주식이 급락하고,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의 매물까지 늘어나면서 엔화가치는 더욱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초반에 비해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는 23.5% 상승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기업들이 엔화 약세시기에 이루어진 수익의 증대를 바탕으로 투자확대나 제품단가 인하 등의 새로운 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2차적인 파급효과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으나 적절한 시장개입 등을 통해 하락속도는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국내외 펀더멘탈 고려 시 환율 하락 기조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수출 산업구조 변화로 환율의 수출 영향도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수출 산업구조의 변화는 환율 민감도가 낮은 석유제품과 반도체, 통신기기, 디스플레이와 조선 등의 수출이 확대되고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스마트폰, TV 등의 수출규모가 커진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수출브랜드 가치와 품질경쟁력이 향상된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김 연구위원은 "자동차, 철강, 가전, 섬유는 한국과 일본 간 경합도가 높아 수출 둔화 및 감소가 우려된다"면서 "일본의 엔저 의도는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있으므로 산업 경쟁력 점검 및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돌발변수 발생 시 해외자금 이탈이 금융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제 자금 유출입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이슈로 김영도 연구위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 경기변화 ▲국제 유동성 변화에 따른 자본유출입의 불확실성 증대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을 대외적 요인으로 봤다. 대내적 요인으로는 ▲통화정책(기준금리)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투자 여건 악화 ▲기업 신용 및 건전성 악화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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