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동해병기, 한인 사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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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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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요즘 미국 한인 사회는 일본 관련 문제로 떠들썩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종군 위안부를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을 놓고, 뉴욕에서는 위안부 기림비를 놓고 이를 없애려는 일본 측의 로비 활동이 한창이다.

막강한 정치력과 경제력으로 소녀상과 기림비를 없애려는 일본인들에 대항해 한인들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와 함께 최근 버지니아주에서는 ‘동해병기’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버지니아 주내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일본해(Sea of Japan)’라는 명칭과 함께 ‘동해(East Sea)’를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주 의회에 상정됐기 때문이다.

이미 주 상원에서는 속칭 ‘동해병기’ 법안이 통과됐고 하원 본회의 표결에 앞서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주하원 소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소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은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로 올라가고 여기서도 통과되면 최종적으로 총 100명으로 이뤄진 하원 전체회의에서 다뤄지게 된다.

이변이 없는 한 이 법안은 주 하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 달 28일 조지아 주상원에서 한반도 동쪽 바다를 ‘동해’로 규정한 소위 ‘동해결의안’의 채택도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버지니아 주의회에서의 동해병기 법안 심의 및 표결 과정에서 나타난 미국 정치인들의 배신(?) 행위는 한인 사회에 많은 실망감을 던져줬다.

한인 사회의 친구임을 자처하며 ‘동해병기’ 법안 채택에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던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주미 일본대사와의 면담 직후 직원들을 시켜 교육소위원회 위원들에게 ‘부결’을 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지난 해 말 동해병기 법안이 버지니아주에서 통과될 경우 버지니아주에 유입된 일본 투자자들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올해 들어서도 사사에 대사는 맥컬리프 주지사를 직접 만나 동해법안 부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인지 맥컬리프 주지사는 법안 부결을 위해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일까지 벌이고 만 것이다.

결국 교육소위원회 첫 표결에서 당초 동해법안 지지를 다짐했던 의원들마저 등을 돌리고 기권표까지 나와 표결이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곧이어 벌어진 재표결에서 자리를 비워 기권표 처리됐던 의원이 찬성함으로써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주하원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번에 맥컬리프 주지사가 보여준 배반 행위에 한인 사회는 무척 실망했다. 평소 이민 개혁을 추진하는 민주당 소속이고 한인 사회와의 친분을 유난히도 과시했던 터라 그 배신감은 더 커졌다.

워싱턴D.C. 수도권 지역의 한인 단체들은 공동 연대해 맥컬리프 주지사에 심중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하고 지역 한인 언론들이 나서 문제 제기를 하자 결국 그는 지난 달 3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동해법안이 내게 오면 서명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맥컬리프 주지사의 지지 의사 표명이 미국 유력 일간지에 실린 만큼 더 이상의 번복은 없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지만 여전히 한인 사회는 실망감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실망감은 맥컬리프 주지사를 향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당국에 대한 것이다. 일본은 주미대사가 직접 나서 주지사를 ‘협박’까지 하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있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한인 동포 사회의 원망과 불만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해외에서 조국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포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게 한국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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