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보다 목탄' 임만혁작가 "15개월 아들때문에 그림이 환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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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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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일부터 장은선갤러리서 말그림 개인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붓 대신 목탄을 든 이 작가, 요즘 행복하다.

 나이 마흔도 훨씬 넘게 얻은 15개월된 아들의 활기를 보는 것이 일상의 에너지가 됐다. 6년간 모화랑에 묶였던 전속작가의 끈도 벗고 자유롭다.

 "결혼 10년만에 아들도 태어나고 전속작가에서 풀리자 처음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의외로 전시하자는곳도 많고 그림도 잘 팔렸어요."

 오는 5일부터 서울 경운동 장은선갤러리 초대로 개인전을 여는 임만혁(47)작가다.

 강원도 강릉출신으로 강릉 주문진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는 강릉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있다. 

 붓대신 목탄으로 그린 작품은 '서양화같기도, 동양화같기도' 하다.  2000년 동아미술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에 튀어올랐다. 이후 2002년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작품이 솔드 아웃되며 국내뿐만아니라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은 작가다. 최근에는 인도에서 작품이 팔리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일명 '목탄 드로잉'으로 불리며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기법이 작가의 무기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목탄에 의한 예리한 각도의 필획은 마치 부벽준(도끼로 찍어내린것 같은 필선)을 연상시키지만 동양화나 서양화 어느 영역에도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회화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린다”며 “전통이나 외래 사조에 주눅들지 않은 자유로운 사유로 인해 관심을 끌게 한다”고 평한바 있다.

 

가족이야기 11-3, 116x90cm


목탄은 어떻게 사용하게 됐을까.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배우면서였어요. 서양화를 전공해서인지 한국화붓을 다루기가 쉽지 않았죠. 그런데 한국화는 붓으로 그린후 포인트를 목탄을 사용하더라고요."

 역발상이었다. 붓의 흔적을 강조하던 역할인 목탄을 주인공으로 빼냈다. 목탄이 붓이 된 셈. "목탄을 붓의 원리로 사용한 거죠."

 분필같은 목탄덕분에 직선이 나왔고, 날카로운 느낌이 화폭에 전해졌다. 마치 '부벽준'을 연상시키는 필법이 나온 이유다.

 강릉출신으로 낚시꾼 가족, 애완동물, 아이들등 바닷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담아낸 그림은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깊게 각인시켰다.
한필에 그어진 목탄의 힘이 컸다. 특히 화선지를 여러 겹 배접해서 사용하는 장지에 그려져 동양적이고 서정적인 묘한 정서가 감돈다.
 

말과 소년 14-1, 53x45cm, 한지에 목탄 채색

 
 
  갑오년 '말의 해'에 맞춰 ‘복(福)’을 상징하는 말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작품은 이전의 날카롭고 삭막한 느낌보다 따뜻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작업실 이리저리 뛰놀며 전업작가인 부부를 생기있게 만드는 아들때문이기도 하다. 이전 갈색톤의 누런 배경도 노란색으로 화사하게 변했다.

 예리하게 그어진 목탄의 선도 좀 힘을 뺐다. 10년 넘게 '목탄 작가'로서 좀 변화가 필요하지 않냐고 묻자 "목탄은 제게는 제의 마누라같은 존재"라며 "목탄과는 평생, 끝까지 할 것"이라며 목탄과의 애정을 강조했다.

 한편의 동화같은 작품은 화폭 중앙에 자리잡은 동그란 눈망울을 가진 커다란 말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가족의 가장으로서 언제나 눈을 뜨고 지키는 자신"이라고 했다. 세상의 풍파로부터 가족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란다.
 
 엄마 아들 딸을 등에 태우고 걷는 말이나, 말 아래서 잠든 아이, 바람에 머릿결을 날리는 소녀의 머리위를 지키고 있는 말은 입을 다물고 있어도 웬지 든든해 보인다.  전시는 22일까지.(02)730-3533 박현주기자

 

말과 소녀. 한지에 목탄.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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