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최근 IT업계 최장수 CEO였던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가 물러나면서 개운치 못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외부에서 충원된 전문경영인임에도 그룹 계열사 CEO로 성공적인 과업을 수행했던 오 대표의 돌연한 사태는 관련 업계에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 그룹사에서 정보보안을 담당하던 롯데정보통신에 책임을 물어 오 대표가 퇴임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설도 떠돈다.
사고를 일으킨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의 유임과 대비돼 더 씁쓸한 뒷맛을 남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고 희생양?
오경수 전 대표는 지난 2005년 롯데정보통신 대표로 취임한 후 약 9년간 롯데정보통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정보보안 분야를 롯데정보통신의 주요 사업으로 육성하는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대정보기술 인수를 통해 외부 SI사업 확대를 위한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을 맡는 등 IT업계 전반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내부적으로 롯데정보통신의 외부 사업 확대 등 사업 다각화를 이뤄내기도 했다.
그러나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계기로 재선임을 받지 못했다고 풀이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이 신격호 그룹총괄 회장의 친인척이라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해임시킬 수도 없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하니 계열사 중 정보보안 분야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롯데정보통신의 대표를 물러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롯데카드 사건이 아니더라도 계열사를 신규 출범시킬때는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 활용하고 때가 되면 롯데 출신으로 물갈이하는 롯데그룹의 전통(?)에 미뤄 바뀔 때도 됐다는 설도 나돈다.
오 전 대표의 사용연한이 다 되었다는 롯데그룹측의 결정이라는 뒷말이다.
◆ 롯데 출신으로 대표 전격 물갈이
실제 지난해 연말 'CEO스코어'가 500대 기업 현직 전문경영인 516명의 재직기간을 조사한 결과 롯데그룹의 평균 재선임 기간은 3년으로 조사됐다. 롯데그룹 전체를 통틀어 3년 이상 재임한 전문경영인은 25%에 불과하다.
롯데정보통신은 마용득 전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발탁, 지난 10일 이임식을 마치고 마 대표 체제를 본격 출범시켰다.
마용득 신임 대표는 1986년 롯데전자에 입사해 1998년 롯데정보통신에 합류했으며, BSP부문장, SM본부장 등을 역임한 정통 롯데맨이다.
한편 전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는 비상근 고문으로 2년간 롯데정보통신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 전 대표가 조만간 자리를 옮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 대표쪽 측근은 "오 전 대표가 그간 너무 바쁘게 움직여 쉬는 것이 낯설어 쉬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며 "삼성물산 출신의 삼성 노하우와 그간 IT업계에서 이룬 업적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호의적인 제안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어 조만간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