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스톡스600지수에 편입된 기업 중 235개사의 4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그 가운데 133곳이 부진한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다. 유럽 기업의 매출 경기 순환주기는 1970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MSCI유럽지수의 유럽 대기업 수익지표는 2009년 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0년에 대기업 수익이 다시 올랐지만 2011, 2012년 유로존 위기가 재발하면서 다시 떨어졌다. UBS의 카렌 올니 유럽전략국 국장은 "유로 강세ㆍ신흥국 성장 둔화ㆍ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지난해 3분기 유럽기업 매출은 2009년 이후 가장 약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는 글로벌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그라함 섹커 모건스탠리 유럽증시전략국 국장은 "지금까지 순익을 발표한 유럽 기업 가운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준 기업은 없다"며 회복세가 유독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의 다리오 펄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절대적으로 기업 수익은 여전히 2007년 이하 수준이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기업 간 회복 차이가 확연히 벌어져 있다고 FT는 평가했다. 미국 기업 회생 속도보다 8~12개월 더 뒤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의 수익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2007년보다 20%나 증가했으나 유럽기업의 수익은 그 때보다 26%나 떨어진 상태다. 일반적인 순환주기는 3~4년 내 이전 주기의 수익 고점을 넘는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유럽 기업실적이 고점을 회복하는데 10년이나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가 살아난데다 은행 대출이 늘면서 이같은 차이를 냈다고 설명했다. 올니 UBS 국장은 "유럽에서 은행의 기업 대출은 여전히 부정적이다"며 "유럽 은행의 신용회복이 미국보다 2년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유럽 기업의 실망스런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비용 절감으로 인해 전반적인 순익은 소폭 올랐다. 퍼킨스 이코노미스트는 "수익 지표만 본다면 유럽에서 상당히 약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비용 절감으로 인해 순익은 회복됐으나 급여 성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권의 신용이 회복하면 기업 경기도 대폭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니 국장은 "앞으로 2~3분기에 기업 대출이 늘어날 것"이며 "기업 수입도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한 빠르진 않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수익이 개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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