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다음달 포스코 회장 공식 취임을 앞둔 권오준 내정자가 ‘혁신’을 위한 양대 기둥으로 ‘전문성’과 ‘효율성’을 내세웠다.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돼 예전의 회장보다 권한은 막강해지지만 그 권한을 자신이 아닌 포스코인들의 능력에서 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24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과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경영기획부문장), 윤동준 전무(기획재무부문 경영전략 2실장)를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권 회장 내정자는 자리에서 물러나는 정준양 회장의 뒤를 이어 사내이사로 추천됐다. 또한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과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사내이사 후보 추천 결과는 권 회장 내정자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받쳐주는 인사로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왼쪽부터)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이영훈 포스코 부사장, 윤동준 포스코 전무 신임 사내이사 후보와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안동현 서울대 교수
권 회장 내정자 자신을 비롯해 모든 사내이사진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원이 출자사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로 구성됐다는 것은 “정통 포스코인만이 포스코를 경영한다”는 원칙을 사실상 무너뜨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이 포스코 본사와 패밀리사간 인력 교류를 추진한 것에 비해 한 발 더 앞선 것이다.
자칫 권 회장 내정자의 권한이 강해질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그는 이번 후보 추천 인사에 ‘전문성’이라는 색깔을 입혔다. 김 사장은 6시그마와 QSS(퀵 6시그마) 등 포스코가 세계 최고 철강사로 도약하는 데 바탕이 된 품질경영의 기반을 닦은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 부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과 대한통운 인수합병(M&A) 등 포스코의 확장 경영에 주요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기획력과 추진력을 높이 인정받고 있다.
장 부사장은 내수는 물론 수출을 두루 경험한 마케팅 전문가로, 중국과 일본 등과의 시장 경쟁에서 포스코의 리더십을 받쳐줄 인재로 점쳐졌고, 윤 전무는 인사 전문가로 불리며, 포스코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포스코로 복귀해 패밀리사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철강 본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권 회장 내정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인사 기조는 후속으로 치러질 패밀리사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예상보다 큰 폭의 인사가 예상된다.
각자 대표체제에서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된다는 것은 경영 결정 권한이 단 한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모이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스피드 경영이 가능해 진다. 반면, CEO의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 또한 커질 수 밖에 없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이러한 우려를 사전에 제거해 줌으로써 권 회장 내정자의 선택의 부담을 줄어줄 수 있다.
또한 포스코와 계열사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도입키로한 회장 직속 기획조정실의 명칭은 ‘기업가치실'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김만제 전 회장 이후 20년만에 도입되는 기업가치실장에는 ’혁신 포스코 1.0‘ 추진단을 맡고 있는 최명주 포스텍기술투자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포스코는 의사결정의 효율화와 신속화를 추구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내부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서 조직의 단결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며, “단독 대표이사 체제라고 하지만 의사결정권만 빼면 오히려 집단 경영체제를 이뤄내겠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