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정부가 밝힌 금융업 개혁과 미래의 청사진은 하반기 들어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로 인해 빛이 바랬다. 올해 정부는 이전보다 더욱 신중한 관점에서 근본적인 금융시스템 개혁을 일궈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4대 정책방향에서 본 금융정책, '절반의 성공'
박근혜정부가 출범 초 제시했던 4대 경제정책방향(일자리 창출ㆍ민생안정ㆍ경제민주화ㆍ리스크 관리 강화)의 관점에서 돌아본 금융정책 성적표는 부진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는 출범 1년을 맞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내수 활성화를 중심으로 한 큰 틀에서의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발표한다. 창조경제의 연장선상에서 규제 철폐와 공공부문 개혁이 핵심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부문도 이 같은 기조를 바탕으로 정책방향이 짜여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발표되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대책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정부의 금융정책은 당초 목표의 중간지점에 이제 겨우 닿으려는 찰나에 있다.
고용률 70%라는 목표 아래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뒀지만 금융권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신규 채용이 점차 줄었다. 영업점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들어간 마당에 신규직원을 늘릴 수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호소다. 올해는 채용문이 더 좁아질 전망이다.
반면 여성의 고위직 진출과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은 보수적인 금융권에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낳는다.
국민행복기금, 서민금융 지원제도 개선 등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한 것은 그나마 후한 점수가 나온다. 그러나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여전히 우리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고령층, 다중채무자 등 부채의 질을 떨어뜨리는 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제왕적 권한을 견제하고 계열사 간 불공정 거래 등을 막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방안도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상태다. 다만 성장사다리펀드 등 중소기업 지원 강화에 따라 금융지원 규모가 늘어난 점 등은 긍정적 효과로 평가된다.
각종 규제나 감독체계 개선도 여전히 '예정'에 머무른 상태다. 하반기 들어 잇따라 터진 동양그룹 등 일부 대기업 부실,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 대출사기 등 금융사고는 허술한 금융감독 체계만 드러냈다.
◆ 서민금융 강화했지만 '구태는 그대로'
하지만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인 게 관치금융 및 낙하산 인사다.
관치금융 논란은 지난해 6월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의 압박을 받고 사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들끓기 시작했다. 민간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 금융당국이 사퇴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에 대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됐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주요 금융지주사 및 계열 은행을 대상으로 특별검사가 실시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선임된 박대해 기술보증기금 감사와 정송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 등 박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주요 요직에 속속 임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금융당국이 일시적으로 텔레마케팅 영업금지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관치금융이란 비판이 쏟아졌었다.
동양그룹 부실 사태,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역시 헛구호에 그쳤다는 것을 증명했다.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역민심도 폭발했다. 부산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이 무산되자 부산지역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현재 금융당국은 부산에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우리금융그룹 민영화 과정에서도 계열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BS금융과 JB금융이 선정되자, 지방은행의 지역 환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서민금융을 강화하려는 노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관치금융, 공약 미이행 등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은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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