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안산) 한병규ㆍ이소현 기자=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딛고 다시 등굣길에 올랐다.
24일 이른 아침 단원고 교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7시 30분께부터 등굣길에 오르는 학생들이 보였다. 학교 앞 임시 학교분향소에 들렀다 오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사고 후 첫 등교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기 위한 취재진들로 북적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대다수 학생들이 고개를 푹 숙이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가 하면 부모님 차량을 타고 등교하기도 했다.
교문은 학교관계자 3명에 의해 철저히 통제됐고, 한명 한명 신분을 확인한 후 들여보냈다.
발인을 마친 희생학생과 함께 등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후배의 유해가 담긴 운구차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언니, 오빠들의 표정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일부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기도 했다. 마침 마중 나온 선생님이 학생의 어깨를 두드리며 함께 걸어갔다.
약 한 시간 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은 등교를 마쳤다.
이날 재적생 중 무단결석한 1명을 제외하고 대다수 출석했다.
등교한 학생들은 정상 교과수업 대신 전문의를 비롯한 전문상담인력이 진행하는 심리치료프로그램으로 꾸려진 4교시 단축수업을 소화했다.
낮 12시 20분이 되자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울리고 학생들이 하교하기 시작, 다행히 등굣길의 무거웠던 표정과 달리 밝은 모습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심리치료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이들 대부분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 앞 올림픽기념관 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임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몰려든 조문객 때문에 줄은 길었지만 서로 손을 잡고 또 담소를 나누며 기다렸다. 자원봉사자들 중 지인 학부모를 만나면 인사도 하고 안부를 전했다.
이날 등굣길에도 일부 학생들은 분향소를 들렀다. 이 중 몇 명은 등굣길, 그리고 하굣길까지 두 번째다.
2학년 동생들의 빈자리가 크지만, 그들 몫까지 반드시 헤쳐나가기로 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교사들도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힘겨운 발걸음이었지만, 서로 의지해서 이겨 나가겠다는 모습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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