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인증 규제 권한을 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이 시행 시기를 최대 늦춰 잡는 등 정부부처와 인증기관 간에 얽혀 있는 '밥그릇' 싸움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9일 산업부에 따르면 최근 중복시험 상호인정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표준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각 정부 부처에서 운영하는 인증제도 간에 인증 중복 품목이 있으면 중복 시험을 생략하거나 시험 결과를 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월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기업들이 제기한 첫 번째 문제는 제품, 서비스 등에 대한 과다·중복 인증이었다. 당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관련법을 고쳐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률 개정안은 공포 후 길어야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복 인증 해소제도의 시행 시기를 이보다 더 늦추는 것은 규제 권한축소와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관련 부처, 인증기관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법정인증제도는 136개로 이중 산업부가 28개, 국토부가 20개, 농림축산식품부가 15개, 환경부가 10개, 미래창조과학부가 8개를 갖고 있는 등 부처별로 흩어져 있다. 산업부 소관 공공·민간 인증기관들에는 이 부처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는 등 인증 규제 부처와 인증기관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의 201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 제조기업은 평균 14.9개의 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인증 취득과 유지 비용으로 연평균 3230만원을 쓰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해명과 달리, 부처와 인증기관 간에 얽혀 있는 밥그릇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는 각 부처들의 입장을 고려해 준비 시간을 고려했다"며 "개정안 공포 후 시행령을 준비하는데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시행 시기를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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