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맞아 북측 화환을 전달받으러 개성공단을 방문, 김 부장을 만나고 돌아온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내용을 포함한 대화 내용을 전했다.
박 의원은 "(김양건은) 핵 폐기에 대한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핵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전제조건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양건은 남북 환경협력 등이 포함된 경축사에 포함된 대북 제안에 대해서도 "핵문제를 거론하며 어떤 것들을 하자고 하는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라고 (평양에서) 의심을 한다"고 언급했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북한이 18일부터 있는 을지훈련을 비난하고 로켓을 발사하는데 북한도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가"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이런 기회를 포착, 교류 협력을 해야 상호이익"이라고 말했다.
또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 하는가. 미국과 한국이 이걸 추진하면서 우리 실탄연습에 대해 떠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정세를 악화시키는 모험을 하지 않아야 진심이 통하고 화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김 비서가 말했다"고 전했다.
김양건은 그런 접촉(제안)에 대해 당 중앙위에 보고했다고 언급한 뒤 "8·15 경축사에서 핵 문제를 거론하면서 어떤 것을 하자고 하는 것은 그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평양에서) 한다. (한미)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는가"라며 재차 남측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김 비서는 '상호 간에 양측이 노력해야 하는데 진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자꾸 생긴다. 남쪽에서 하는 소리가 반가운 소리가 없다'라면서 '방송과 언론도 자꾸 시비를 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도 격노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양건은 "6·15선언이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언인데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민족의 기쁨을 위해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선대가 바라는 내용일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박 의원은 덧붙였다.
김양건은 그러나 이날 면담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인천아시안게임 참여 문제와 같은 구체적인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박 의원이 전했다.
이밖에 이날 환담에서 임 전 장관은 남측 통일준비위원회와 북측 통일 전문가간 세미나나 포럼 개최를 제안했으며 박 의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추진중인 남북 국회회담 성사를 당부했다.
박 의원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희호 여사를 초청했는데 그 노령에 북한 아이들을 위해 뜨개질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으니 좋은 시기에 그 약속이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김양건은 "초청은 아직도 유효하니 좋을 때 한번 다녀가시도록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 등은 17일 오후 5시 개성공단 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소에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로부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명의 화환과 조전문을 전달받은 뒤 1시간5분가량 김양건과 환담했다.
이 화환은 국화, 백합, 글라디오스로 장식돼 있었으며,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고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며', '김정은'이라고 쓰인 큰 리본이 달려 있었다.
북측 관계자는 화환에 2시간에 1번씩 물을 줄 것을 당부했으며 시들면 교체할 수 있도록 여분의 꽃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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