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이 타살에 의한 것이 아니며 사망 시기는 6월 2일 이전이 유력하다고 경찰이 최종 결론 내렸다.
백승호 전남경찰청장은 19일 순천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본부의 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28일 동안 2차례에 걸친 부검, 법의학·법곤충학·생태환경 분석, 정밀 감식 등 과학적 수사방법과 함께 구속 피의자 조사, 1400여명에 대한 탐문 수사 등을 벌였지만 그동안 제기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데다 기존에 밝혀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유 전 회장의 사망 원인이나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동선 파악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백 청장은 "변사체에서 채취한 DNA와 지문이 유 전 회장과 일치했을 뿐만 아니라 유 전 회장 주치의의 사전정보와 변사자의 사후 치아정보가 일치하고, 입었던 의복 등에 대한 수사결과 변사자가 유 전 회장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 전 회장의 타살설에 대해 "골절 등의 외상과 체내 독극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감정결과를 국과수 등으로부터 회신 받는 등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 유병언의 사망이 범죄에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할 단서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수사 전담팀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제보나 단서를 중심으로 사실 규명을 위한 수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 의복류에 손상흔과 충격흔 등이 없어 타격과 같은 외부 충격 시 발견되는 섬유 손상이나 잠재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독극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배제됐고, 저체온사로 판단한 전문가도 있었지만 정확한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토대로 유 전 회장의 사망 시기를 6월 2일 이전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했을 뿐 정확한 사망시점과 경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백 청장은 "유 전 회장 사망시기와 원인을 구체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분석을 의뢰한 국과수, 고려대, 전북지방경찰청, 서울대, 카톨릭대 등 전문가들을 동원해 변사 현장에서 법곤충학기법 등을 통한 실험·분석을 진행, 사망 시점이 적어도 6월 2일 이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자문 받았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려대 생태환경공학과 강병화 명예교수는 시신에 눌려 있는 풀과 주변 풀 이삭 상태 등을 비교해 발견 시점으로부터 10일 이상, 1개월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대 법의학과 이윤성 교수는 변사 현장 사진 상 외상 및 변사체를 옮긴 증거는 없다고 자문했다.
카톨릭대 법의학과 강신몽 교수는 변사체 탈의현상에 대해 저체온에 빠져 사망에 이를 때 나타나는 이상탈의 현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최종사인을 저체온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유 전 회장의 이동 동선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백 청장은 "유 전 회장이 5월 25일 밤 이후 홀로 있다가 6월 2일 이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 전 회장은 5월 4일부터 송치재 별장에서 숨어 지내다가 검찰이 급습한 5월 25일 밤 11시20분 이후 홀로 별장 2층 밀실에서 도피 생할을 이어가다가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유 전회장은 지난 6월 12일 별장에서 약 2.5km 떨어진 마을 주민 박모씨의 매실 묘목 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달 22일부터 송치재에서 유 전 회장이 전도사 시절 방문한 적이 있는 모 교회까지 직선거리 6.5㎞ 구간을 수색구간으로 정하고 총 28회에 걸쳐 연인원 3800여명과 수색견을 투입해 수색했다.
소주병, 비료포대, 생수병, 사기그릇 조각 29개, 소주병 3개 등을 발견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유 전 회장의 행적을 밝히는 소득은 없었다.
이 밖에 학구삼거리를 중심으로 송치재에서 옛 순천교회 구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22곳과 차량 블랙박스 11개 등 녹화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유 전 회장의 행적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영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처럼 경찰의 한달 여에 걸친 수사에서 사망 시기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함에 따라 유병언 전 회장 사망 사건은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사실상 미궁에 빠지게 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