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골프를 통해 본 우리 사회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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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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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문화레저부장겸 골프전문기자

 

 


“골프의 특징은 배려·자율·기본
주위 사람·약자 배려 없이는
두루두루 잘 사는 사회 요원
국격 높이려면 기본 더 다져야”




한국 골프는 최근 20년동안 장족의 발전을 했다. 여자 골프선수들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이고, 남자골프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내년 프레지던츠컵(미국-인터내셔널 남자프로골프단체전)을 열만큼 성장했다.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위상은 어떤가.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넘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지 20년이 다 돼가지만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색한 감이 있다. 대한민국은 수십년래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같은 부조리, 지역·계층·성·세대별 갈등 등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한 단계 발돋움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가는 골프를 통해 비춰본다.

‘신사의 스포츠’로 불리는 골프는 타인에 대한 배려, 스스로 잘잘못을 판정하는 자율성, 기본에 충실해야 좋은 결과를 낸다는 특징이 있다.

골프에서 가장 큰 덕목은 동반자와 타인에 대한 배려다. 골프는 3∼4명이 한 조가 돼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동반자를 배려하지 않고는 성립할 수 없다. 인간이 혼자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반자가 스윙하는 동안에는 정숙해야 한다. 동반자가 게임을 잘 풀어갈 때에는 ‘굿 샷’이라는 말로 축하해주고, 헤맬 때에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예의다.

우리 사회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한국 골프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배려 지수’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휴대폰 전성시대에, 그 사용행태는 사회의 반사경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오는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채 걷는 사람, 옆에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사람…. 이들에게서 남을 위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주위 사람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고는 ‘두루 존중받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골프는 심판이 없다. 골퍼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정한다. 이달초 USPGA선수권대회에서 카메론 트링게일은 33위를 차지하면서 5만3000달러의 적잖은 상금을 받았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지 약 일주일이 지난 후 “규칙을 위반했다”고 자백, 실격을 감수했다. 골프에서는 누가 보든, 안보든 스스로 벌타를 매기고 양심적인 플레이를 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청문회에 나오는 공직자 후보들을 보라. 법과 제도가 버젓이 있는데도 다운 계약서를 쓰고, 위장 전입을 하며, 논문을 표절하는 등 부정한 짓을 밥먹듯 한다. ‘지도층 인사’일수록 솔선수범하는 자세는 온데간데없고, 온갖 탈법·편법·불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룬다. 정의가 세워질 수 없다.

우리 골프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큰 활약을 하는 요인으로 ‘젓가락 문화에서 잉태된 손재주’ ‘은근과 끈기의 민족성에서 비롯된 강한 멘탈리티’ 등이 꼽힌다. 그러나 ‘기본’이 잘 다져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스윙 머신’이라는 비아냥을 받을만큼, 어려서부터 습득한 기본기가 튼실하다. 연습까지 열심히 하니, 다른 나라 선수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기본 무시’가 드러난다. 바탕을 다지는 과정은 대충 거친 채 결과만 추구하다 보니 잠재돼있던 부작용이 터져나온다. 세월호 참사도 기본을 소홀히 한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 선진국들이 300여년에 걸쳐 이룩한 민주화를 50년만에 후다닥 이식한 한국형 민주주의의 허상을 보는 듯하다.

남·이웃, 특히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겉보다는 기본을 다지는데 주력할 때 대한민국의 국격은 한 단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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