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한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중·일 양국의 러브콜도 거세다. 중국은 방중 기간 중 이 대통령을 극진하게 대접했고, 관영 매체들은 한·중 간 협력을 연일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일본 역시 이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주요 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독도 문제로 한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칼럼을 싣는 등 한국 측 신경을 건드릴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 대통령 방중 기간 중 한·중 양국이 일제에 맞서 투쟁한 항일 역사를 부각시켰고, 일본은 정상회담 장소를 다카이치 총리 출신 지역이자 백제와 일본의 교류 중심지인 나라현으로 선정하는 등 역사적·감성적 측면에 호소하려는 노력도 엄청나다. 콧대 높던 중·일 양국이 우리에게 모두 손을 내밀며 환심을 사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소 어색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것이 철저한 실용주의적 관점이다. 중·일 양국 모두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칼을 갖고 있고, 상황에 따라 태도가 언제든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의 관세 공세도 막아낸 희토류 카드를 휘두르고 있고, 소부장 강국인 일본도 반도체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를 비롯해 각종 반격 카드를 갖고 있다. 이는 모두 우리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등에 필요한 핵심 요소이며 우리 산업계 역시 이를 앞세운 양국의 공세에 곤경에 처한 경험이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다카이치 내각의 우경화 행보와 안보 강화 전략은 동북아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소이고, 이는 한국에 ‘안보적 동참’이라는 고지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그들의 러브콜에 취해 중심을 잃는 순간 대한민국은 중·일 갈등의 중재자가 아닌 그들의 갈등을 대신 감내하는 대리 전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미 미·중 충돌 사이에 낀 우리가 중·일 충돌 사이에도 끼일 위험에 처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의 국제 질서는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철저하게 자국 우선주의와 실리에 의해 움직인다. 이 대통령이 일본으로 향하는 13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8년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몇 년 전만 해도 국제 무대에서 인권, 화웨이 문제 등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한 양국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일 관계에서 챙겨야 할 이익은 분명하다. 중국과는 경제적 파트너십을 복원하되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을 지속해야 하고, 일본과는 안보·공급망 공조를 강화하되 과거사 및 영토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반도체·AI·에너지 등 미래 산업에서 실질적인 협력안을 도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콧대 높은 이웃들이 손을 내미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그들의 손을 잡되 그들이 쥔 칼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가장 차갑게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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