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유를 넘어 천연가스(LNG)와 전력 시장으로 급속히 파급되며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와 세계 최대 LNG 생산 거점인 카타르 시설의 드론 공격 피해 소식이 전해진 2일(현지시간), 일본과 유럽의 전력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0% 폭등하며 전례 없는 '패닉 바잉(공포 매수)' 양상을 보였다.
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연료 부족이라는 실질적 공급 차질 위기에 대비해 미래의 가격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분산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전력 선물 시장이 위기 대응의 최전선이자 거대한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2일 유럽에너지거래소(EEX)에 상장된 일본 전력 선물 익월물은 1kWh당 12.75엔으로 전 거래일 대비 16% 상승했으며, 일본과 유럽 전체 거래량은 110TWh(테라와트시)로 일일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본 시장 역시 하루 2.8TWh가 거래되며 지난해 3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했다.
이처럼 시장이 패닉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에너지 안보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LNG 공급망의 극심한 취약성이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것을 넘어 연료 자체가 끊길 수 있다는 실존적 위기감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세계 최대급 LNG 거점인 카타르 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2~3주간 생산 중단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2일 아시아 지역용 LNG 현물(스폿) 가격 지표는 전 거래일보다 40% 상승한 100만 BTU당 15달러를 기록했고,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 역시 일시적으로 50% 이상 급등했다. 에너지 시장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의 가타야마 고 수석 애널리스트는 "연간 7700만 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카타르 라스라판 시설의 생산 정지 기간이 LNG 시장 동향을 좌우할 최대 초점이 될 것"이라며, 해당 시설의 가동 중단 리스크를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일단 제도적 완충 장치를 강조하며 시장 대응에 나섰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3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2~4개월 전의 연료 수입 가격을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제도' 덕분에 전기·가스 요금이 즉각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타르 물량을 조달하던 국가들이 현물 시장에서 대체재 확보 경쟁에 돌입할 경우 국제 LNG 가격의 추가 폭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가격 위험 분산(헤지) 없이 시장 조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다 연쇄 도산했던 '신전력(민간 전력 소매사)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당시 전력 시장 가격의 통제 불능 상태가 기업의 존립을 흔들었던 만큼, 에너지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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