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빅이슈 둘러싸고 커지는 노동조합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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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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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제공]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금융권의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EO(최고경영자) 인사권부터 은행 매각 방안까지 노조가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노치(勞治)'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이슈로 떠오른 현안에 대해 각 은행 노조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민영화, 국민은행은 새 회장 선임,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 등 각자 굵직한 현안에 직면해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이슈들에 대해 한결같이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현재 유일한 우리은행의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는 교보생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민영화 방식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국민주 매각, 블록딜 세일 등 지분 분할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이달 초 성명을 통해 "은행을 경영할 능력도, 자금도 없는 제2금융권의 회사가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는 것은 안된다"며 "초등학생에게 대학입시 문제를 낸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 매각을 고집한다면 우리은행은 민영화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경우 KB금융그룹 새 회장 선임과정에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은행 출신 인사를 반대하면서 내부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어 사실상 회장 선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꼴이다. 특정 인사에 대해서는 별도 성명까지 발표하며 반대의 뜻을 확실히 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국부유출 의혹으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것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내정설, 정치권의 지원설, 점포폐쇄, 구조조정, 본점 매각 등으로 의혹투성이인 인물을 2차 후보군으로 포함시킨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 문제를 놓고 노조와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당초 계획대로 이달 중 통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통합반대 입장이 워낙 강경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양측이 서로 다른 버전의 합의서 문건을 두고 진위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노조도 아제이 칸왈 회장이 초호화 골프장·피트니스클럽·자택임대료 등을 은행돈으로 충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노조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치(勞治)'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CEO 인사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 사이에서 "어떤 사안이든 먼저 노조의 결재부터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한 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회사 경영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노조가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요구사항을 주장하는 것은 또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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