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후강퉁은 한국 증시에 치명적인 악재입니다. 그런만큼 우리가 한발 앞서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17일 시행에 들어간 후강퉁은 중국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제한돼 있던 중국 본토 주식 대부분을 매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새 투자처로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53)은 "후강퉁은 한국 투자자가 돈을 벌기 위해 생겨난 제도가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아주경제는 최근 전병서 소장을 서울 당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 과도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는 중국을 우려 가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가운데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1분기(6.6%)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중국 경기가 경착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런 때 중국에 투자해도 되는 걸까. 전병서 소장은 "성장률을 낮춰야 사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답했다. 산업구조 변화를 감안할 때 현재 성장률 둔화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은 1998년부터 8%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바오바(保八)'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다 2011년 바오바 정책을 폐기했고 성장률은 7%로 내려앉았다.
전병서 소장은 "공업화 초기 중국은 GDP 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150만명을 고용할 수 있었지만, 2차산업보다 3차산업 비중이 커지면서 노동유발계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8% 정도 성장해야 700만명 가량을 고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 7%만 돼도 1050만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장률이 떨어져도 고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으로 대표되는 3차산업에는 헬스케어나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포함된다. 중국은 2013년 GDP 대비 3차산업 비중이 46.1%를 기록하며 2차산업(43.9%)을 처음 넘어섰다. 고성장 과정에서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이른바 '굴뚝산업'으로 분류되는 2차산업 비중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현재 '뉴 노멀(New normal)'을 내세우며 개혁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GDP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대신 구조조정과 3차산업 육성을 통해 서비스대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후강퉁으로 대표되는 자본시장 개방도 이런 개혁 일환이다. 최근 7년간 하락세를 보여온 중국 증시는 올해 2분기 이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중국 내 자금도 증시에 몰려들고 있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은 후강퉁이나 아시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후강퉁은 중국을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증시가 후강퉁 시행으로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피해진다. 우리 증시에는 수급상 악재인 것이다.
그러나 전병서 소장은 "후강퉁 투자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보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병서 소장은 '와타나베 부인', 즉 저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투자자를 예로 들었다. 와타나베 부인 덕분에 일본은 든든한 외화자산을 보유하게 됐고,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투자수입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철저히 분석해 히든챔피언 찾아야
결국 문제는 어떤 주식에 투자하느냐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보고서만 믿어도 될까. 전병서 소장은 "정보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지 않고 증권사나 인터넷에서 얻는 공짜 정보에만 의존해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중국펀드 붐이 일었을 때 증권사는 대부분 중국 대표기업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지금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며 "수년 만에 다시 중국 업종대표주를 후강퉁 수혜주로 추천하고 있으니 증권사를 어떻게 믿겠냐"고 말했다.
전병서 소장이 강조하는 것은 투자에 앞서 중국 산업과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가 주로 추천하는 종목은 페트로차이나나 공상은행처럼 규모가 큰 국영기업이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은 상장사 가운데 78%가 국유기업인데, 현지 당국은 공급과잉을 이유로 2017년까지 이런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규제나 정책변수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대표주는 주가 상승폭이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중국 본토 투자자 사이에서 선취매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병서 소장은 "최근 두 달 사이에 중국 상하이380지수 종목 가운데 많이 오른 것은 300%까지도 상승했다"면서 "외국인 매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의미이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업종은 민영기업 가운데 추가상승 가능성이 엿보이는 종목이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지원정책 수혜주가 대표적이다. 호텔 및 문화, 오락, 정보기술(IT) 같은 서비스업종이나 고속철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 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병서 소장은 "후강퉁은 중국이 전체 자본시장 가운데 2%만을 열어준 것으로, 앞으로 기회는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이미 모두 아는 추천종목이 아닌, 히든 챔피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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