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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명절때도 보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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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1-1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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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한국의 명절인 추석은 지났고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미국의 명절이라 할 수 있는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 돌아 온다.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추수감사절을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중요한 날로 여긴다.

아무리 멀리 나가 있는 자식들이라 하더라도 이날만큼은 부모님 집에 모여 칠면조 고기를 나누며 가족의 정을 확인한다.

미주 한인들도 비록 한국 명절은 아니지만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만든 음식을 나누는 집이 많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이곳에도 외롭게 지내는 한인 노인들이 적지 않다.

핵가족화로 인해 자식이 부모를 떠나 따로 살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핵가족화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부모를 자주 찾지 않는 또는 찾아뵙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워싱턴지역에도 한인 노인들이 대거 모여 살고 있는 노인아파트가 몇군데 있다.

정부의 보조를 받아 적은 비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노인아파트의 인기는 높다.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들어가 살고 싶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벌어 놓은 돈이 많거나 자식들이 웬만큼 잘 살지 않고서는 그런 곳은 욕심을 내기 힘들다.

노인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인노인들의 삶은 단순하다. 마음에 맞는 노인들과 삼삼오오 모여 옛날 이야기를 나누며 자식자랑하는게 낙이다.

가끔 한인단체에서 경로행사라도 열어주면 가서 점심 또는 저녁 한끼 때울 수 있어 좋다.

설날이면 떡국잔치, 추석이면 경로잔치가 열리고 가끔 기업체나 단체에서 쌀도 갖다 준다.

얼핏보면 살만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들은 고향을 떠나 왔다는게 여느 노인들과 다르다.

어떤 노인이 자신의 의지로 이민을 왔지만, 어떤 이들은 자식이 불러 온 경우도 있다.

자식들 보면서, 손주들 돌봐주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겠다며 미국 땅을 밟은 경우다.

하지만 몇년 같이 지내다 보면 손주들도 커서 학교 다닐 때쯤이면 얼굴 보기 힘들어진다.

결국 자식과 같이 살러 온 부모들은 따로 나가 아파트를 얻어 살게 된다. 그리고는 끝이다. 자식들도 사는게 빠듯하다 보니 부모님을 챙기기 힘들다.

그래서 미주 한인 노인들은 더 외롭다. 한국전쟁 때 헤어진 이산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거실에 방안에 자식들과 손주들의 사진을 담은 액자가 잔뜩이지만 따뜻한 체온이 그립기만 하다.

최근 전미은퇴자협회(AARP)가 공개한 '아시아계 가정 노부모 부양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 5개 커뮤니티 중 한인 가정의 노인 부양비율이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노부모 부양율 조사는 18세 이상 성인가족 6인 이상의 대가족을 이루면서, 조부모, 부모, 자녀 등 3대 이상의 다세대로 구성된 가정 비율을 통해 추산됐다.

조사결과를 보면 한인가정은 전체의 7%로, 베트남 28%, 필리핀 26%보다 4배나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또 '한인 가정은 다른 아시아계 가정에 비해 이민 1세대와 2, 3세대 간의 분리율이 높아 핵가족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으며 노부모 부양율도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인가정의 경우 종교 및 사회시설을 기반으로 한 노인 커뮤니티의 발달로 인해 자식들을 출가시킨 노부부만으로 구성된 핵가족 형태의 가정이 점차 정착화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물론 미국인들에 비하면 노부모를 부양하는 아시아계 주민들의 비율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외로움의 강도, 그리움의 세기는 미국인의 그것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바쁜 삶 속에서도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챙기는 자식들, 그리고 주위의 외로운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살펴 보는 한인사회의 온정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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