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8월 이후 번번이 사장 인선에 실패했다. 이를 감안하면 회사는 비교적 평온해 보였다. 긴 시간 쌓아 온 '시스템' 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임직원은 대부분 평소처럼 묵묵히 맡은 일을 했다. 3분기 실적도 좋았다. 영업손실이 났던 1년 전에 비해 흑자로 돌아섰다. 전 분기에 비해서도 영업이익이 2배로 늘었다.
선장 없는 배도 늘 날씨가 좋다면 별 문제 없이 항해할 수 있다. 항상 해오던 일은 중단 없이, 변경 없이 그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새로운 일에서 막힌다. 결정할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없다. 갑자기 악재라도 터지면 모든 것이 엉망이 돼버릴 수 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던 배는 좌초 위기를 맞는다.
회사는 반드시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 대우증권 직원은 "증권업계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지만, 우리는 새 시도를 모두 중단한 상황"이라며 "인사가 마무리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그러나 누가 되든 당장 필요한 것은 조속한 조직통합이다. 사장 선임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설, 3파전 압축설이 잇달아 돌면서 조직이 여러 갈래로 쪼개졌다. 새 리더가 짧지 않은 경영공백을 추스리는 데에도 '균형과 열정, 공존,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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