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간 여신 건전성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8년 3분기 0.7~0.9% 수준이었던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스탠다드차타드(SC)·씨티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지난해 3분기 기준 1.1~2.4%로 격차가 확대됐다.
여신건전도는 위험도가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 단계로 나뉜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의 비중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받지 못할 확률이 높은 대출이 많다는 뜻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지난 2008년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가장 낮은 은행은 외환은행(0.69%)이었다. 이외에 우리은행이 0.75%, 국민은행이 0.78%로 대부분 시중은행이 평균치(0.82%)를 밑돌았다.
이에 반해 지난해 3분기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 신한은행(1.07%), 가장 높은 곳이 우리은행(2.36%)으로 그 차이가 1%포인트 이상 났다.
부실채권에 대한 은행의 충격 흡수 여력을 뜻하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고정이하여신 대비)도 같은 기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08년 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가장 낮은 하나은행이 143.3%, 가장 높은 외환은행이 189.7% 수준으로 격차가 50%포인트 내외였다.
하지만 2014년 3분기에는 적립비율이 높은 씨티은행(258.8%), 신한은행(155.6%)과 이 비율이 낮은 우리은행(92.1%)간 격차가 6년 전보다 확대됐다.
부실이 나면 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역시 시중은행간 차이가 눈에 띄게 커진 것이다.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아진 것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된 탓도 있지만 금호아시아나, STX, 동부 등 일부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조선·건설 경기의 침체로 기업 부실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여신보다 기업여신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경기악화에 따른 부실에 더 크게 노출되면서 은행간 건전성 지표에서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당분간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대출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면서 여신건전성 격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장기업 경영분석에 따르면 영업수익으로 이자를 감당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은 2013년 3분기 29.5%에서 2014년 3분기 30.5%로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금리의 인상 압력이 현실화될 경우 재무 여건이 어려워지는 기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현재 자산규모를 고려할 때 은행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좀 더 안정적인 은행으로 고객이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업의 신용위험이 지난 몇 년간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은행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면서도 "건전성 지표가 계속 악화한다면 고객들의 은행 선택 기준에 금리 뿐 아니라 건전성 지표도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정이하여신 비율 등의 차이는 경기가 좋아질 경우 수익성이 역전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익의 변동성이 작은 은행이 아무래도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고객서비스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 사실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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