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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TV(IPTV)를 비롯한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아성에 힘입어 순항을 보이고 있으나 기가인터넷 시장에서는 KT가 점유율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무서운 세몰이를 하고 있다.
이통 3사가 지난해부터 내놓은 기가인터넷 서비스로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8년 만에 속도 경쟁이 재현될 것으로 보여 통신사 간 공방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SK브로드밴드가 3만7000명이 늘어 485만명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순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 가입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및 유·무선 인터넷과의 결합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마케팅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2008년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하고서 초고속인터넷 위탁판매를 해오다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도 초고속인터넷 시장 진입 4년 만에 두자릿수의 시장점유율(지난해 말 기준 10.73%)을 달성하는 등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IPTV 시장에서도 SK브로드밴드가 선방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순증 가입자 수는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인 8만명을 기록하면서 누적 가입자수 291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KT는 IPTV 가입자 수 593만명으로 18% 증가했고, LG유플러스는 198만명으로 24.6% 늘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IPTV 순증이 지속되는 이유는 경쟁사보다 늦게 가입자 모집을 시작해서 초고속 인터넷 대비 번들률이 낮기 때문"이라며 "SK텔레콤과의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덕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초고속 인터넷-IPTV 번들률은 SK브로드밴드가 58.8%로 여전히 IPTV 3사 중 가장 낮다. KT는 72.1%이고 LG유플러스는 64.7%다.
반면 기가인터넷 시장에서는 KT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독주하고 있다.
기가인터넷은 기존 초고속 인터넷의 최대 속도(초당 데이터 전송 용량)인 100Mbps 대비 10배의 속도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KT는 지난해 10월 '올레 기가 인터넷' 출시 후 두 달 만에 10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했고 현재는 20만 가입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KT는 경쟁사보다 10배 이상 넓은 기가 인터넷 커버리지(광코어·61만km 규모)를 보유하고 있어 전체 가입자의 48%가량이 기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같은 시기에 기가인터넷을 내놓았으나 1만명의 가입자도 못 채워 이렇다 할 성과는 못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로 미미한 성과 탓에 경쟁사보다 요금을 낮춰 가입자 모집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이준희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3사가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속도 경쟁이 재현될 것"이라며 "초고화질(UHD)급 콘텐츠 제공 등 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증가로 향후 3년 내 데이터 전송 속도가 기가급으로 상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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