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시리아 내전이 5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 정부의 대(對) 시리아 전략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제거’보다는 ‘협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알아사드 정권의 ‘즉각적인 퇴진’이라는 목표수정을 모색하고 있다는 진단이 미국의 언론과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이 협상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가 할 일은 알아사드를 협상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라며 시리아 전략의 마지막 카드는 결국 협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케리 장관은 이어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미국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지난 13일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연설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득세 가능성을 우려한다”면서도 "알아사드 정권이 혼돈 속에 무너지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브레넌 국장은 "우리는 IS가 시리아 수도인 다마스쿠스로 진격해 오는 것만은 절대 바라지 않는다"며 "러시아, 미국, 연합군, 중동 국가들 가운데 어느 곳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정부와 정치 제도가 붕괴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는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그 후계 세력이 누가 될지 우려하고 있는데 특히 IS 등 극단주의 단체가 기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이러한 걱정은 다분히 합리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그동안 대외적으로 알사아드 정권 축출이 시리아 전략의 제1목표라고 공언해온 모습과 다른 양상이다.
시리아 전략의 기류 변화는 미국의 최대 외교 현안이자 '발등의 불'로 떠오른 IS 위협과 직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은 각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IS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본의 아니게 알아사드 정권과 공조를 취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시리아의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전 종식을 위해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 등이 통합정부 구성을 논의하는 데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를 시리아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라기보다는 '전략상 후퇴'로 풀이하고 있다. IS 격퇴전이 한창인 상황에 알아사드를 제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는 만큼 일단 후순위 과제로 미뤄놓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현 시점에서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IS를 격퇴하는 것"이라면서 "시리아 문제는 IS와 이라크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정부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공화당은 비판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은 그간 오바마 정부의 전략 부재가 시리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 내 유일한 공화당 출신 각료였던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알아사드 정권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IS 격퇴전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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