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터키 테러단체 조직원들이 31일(현지시간) 이스탄불 검찰청에서 검사를 인질로 잡고 8시간 동안 인질극을 벌였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극좌 성향의 테러단체인 ‘혁명민족해방전선’(DHKP-C) 소속 테러범들은 이날 낮 12시30분쯤 이스탄불 검찰청 6층 검사 집무실에 난입, 베르킨 엘반(15) 군 사망 사건을 맡은 키라즈 검사를 인질로 잡았다.
이들은 키라즈 검사 머리에 총을 겨눈 사진을 SNS상에 공개하면서 “지난 2013년 반정부 시위 당시 최루탄에 맞아 숨진 엘반 군의 죽음에 책임 있는 경찰관들은 생방송으로 범행을 자백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3시간 안에 수용하지 않으면 검사를 죽이고 청사 안에 설치한 폭발물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했다.
이 사진에는 키라즈 검사의 집무실 벽에 붙은 DHKP-C 깃발과 엘반 군을 추모하는 깃발 등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즉각 특공대를 투입하고 인질범과 석방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6시간 후 청사 내에서 폭발음과 총성이 나오자 경찰은 구출작전을 개시했고, 그 과정에서 범인 2명을 사살했다. 총상을 입은 검사는 병원으로 바로 이송됐지만 치료 도중 사망했다.
셀라미 알트녹 이스탄불 경찰서장은 작전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해결하기를 바랬지만 전화로 협상하다 총성을 들어 작전을 개시했다”며 “테러리스트 2명은 사살했고 검사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엘반 군의 부친 사미 엘반 씨는 인질극이 벌어지자 트위터에 영상 메시지를 올려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우리는 다른 이들이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다른 어머니들의 울음을 원치 않는다”며 인질범에게 검사를 해치지 말라고 호소했다.
한편 엘반 군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의 가족과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달라 논란이 제기돼 왔다.
엘반 군의 가족은 지난 2013년 6월 전국적 반정부 시위 당시 빵을 사러 나간 엘반 군은 최루탄을 맞아 9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가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엘반 군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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