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 자리를 내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재무부 발표를 인용, 지난 2월 말 기준 일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1조2244억 달러(약 1333조원)로 중국(1조2237억 달러)을 넘어섰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이 중국을 제치고 미 국채 최다 보유국이 된 것은 지난 2008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7개월만이다.
지난 1년간 일본의 미 국채 보유규모는 136억 달러 늘어난 반면 중국은 492억 달러 줄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최근 미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면서 지위를 역전시켰다. 지난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일본의 미 국채 보유량은 1132억달러나 늘었다. 이 기간 중국의 보유량이 33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경기 둔화에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까지 커지면서 미 국채를 줄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풀고 위안화를 사들여야 하는 상황으로 역전된 것 또한 미 국채 보유액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급속한 자본이탈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지난달에만 2310억 달러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의 금융업체, 연기금, 보험회사 등은 앞다퉈 달러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채권매입 프로그램 등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면서 풍부해진 유동성 덕에 일본 투자자들이 고금리의 미국채 매입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달 2조6000억 엔에 이르는 외국 채권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 2월 1조3000억엔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안 린젠(Ian Lyngen) CRT캐피털그룹의 선임국채 전략가는 "최근 달러화 강세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미국 국채가 외국투자자들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은 일본 국채 금리가 제로 수준인 점을 감안해 지난해 10월 외국 채권 보유비중을 11%에서 15%로 높인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일본 국채 수익률이 당분간 제로 수준을 이어갈 전망인 만큼 일본의 미 국채 매입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단일 기관으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가장 많은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연준이 7550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증가폭이다. 이는 연준이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그간 국체를 많이 매입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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