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하나의 국가, 하나의 영국(one nation, one United Kingdom)”
7일(현지시간) 영국 총선에서 단독 과반 의석으로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며 '하나된 영국'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독립염원’ 스코틀랜드독립당(SNP)과 함께 보수당이 민족주의를 자극해 표를 얻었다”며 “결과적으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에서 연방정부와의 괴리감은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BBC방송은 8일 “총 650석 가운데 보수당이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 325석을 넘는 331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고 발표했다. 보수당과 초접전 승부를 점쳤던 노동당은 232석에 그치며 참패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는 1987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사퇴했다. 보수당의 연정 상대였으나 이번 선거에서 49석을 잃은 자유민주당의 닉 클레그 당수와 낙선한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절 패라지 당수도 물러났다.
반면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를 주도했던 SNP는 스코틀랜드 59개 선거구에서 56곳을 휩쓸었다. 기존 의석 6석에서 50석이나 늘리는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노동당 텃밭이던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9월 주민투표 과정에서 노동당이 분리독립을 반대하면서 지지층이 대거 떨어져 나갔다. 표심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이끈 좌파 성향 SNP로 기울었다. 반면 영국, 특히 잉글랜드의 표심은 보수당으로 대거 이동했다. 극우 정당 UKIP의 지지율도 2010년 총선에 비해 크게 올랐다.
현지 언론은 이번 총선 이면에 민족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석했다. 선거 과정에서 스터전 SNP 당수는 “스코틀랜드의 목소리가 없는 영국 정부는 불법”이라며 민족 감정을 자극했다. 선거 결과, 지난해 주민투표 부결로 매듭지어진 것처럼 보였던 스코틀랜드의 독립 염원이 식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캐머런 총리도 EU탈퇴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놓으며 EU를 떠나려는 영국의 민족주의 여론에 불을 지폈다. 최근 영국에서는 거듭된 경제 침체와 이민자 급증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反)유럽연합(EU),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가 SNP에 ‘충격적인 성공‘을 내주고 총선에서 승리한 것”이라며 “SNP가 308년간 이어진 잉글랜드의 통합을 해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관계에 대해 대대적 개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캐머런 총리가 SNP 돌풍으로 대표되는 ‘민족주의’를 완화해야 할 커다란 과제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캐머런 총리도 영국이 분열돼 있다는 것을 감추지 않았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늘 존중하는 태도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믿어왔으며 이는 영국정부와 마찬가지로 영국 내 다른 자치정부들의 존재도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치정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발언은 영국 분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3당 자리를 꿰찬 SNP가 영국의 EU탈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도 캐머런 총리에겐 숙제다. 캐머런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2017년 반드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투표를 밀어붙이면 결국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니콜라 스터전 SNP 당수는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투표가 실시된다면 스코틀랜드의 독립 찬반을 묻는 2차 주민투표에 정당성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캐머런 총리는 새정부 구성에 착수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을 유임하면서 내각 장관들 가운데 총리 다음 서열인 수석장관에 임명했다. 또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과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등 3명을 유임했다. 이르면 주말 후속 내각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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