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1.75%) 동결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수신상품 금리를 내리고 있다. 기본금리는 물론 약관 변경을 통해 우대항목까지 없앴다. 여전히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얻는 이익)에 목을 메는 은행들이 기준금리에 못미치는 수준까지 이자율을 낮추면서 고객을 쥐어짜고 있는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달 20일부터 '신한 미래설계통장' 및 '신한 S20통장' 우대금리를 최고 연 2.25%에서 2.0%로 0.25%포인트씩 내린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달 24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하향조정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45%,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65%다. 신한은행의 정기적금 금리 역시 0.25%포인트 내린 1.55%에 판매중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15일부터 최대 0.2%포인트의 예적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특히 출시한 지 갓 두달된 '대한민국만세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1년 기준 1.55%까지 떨어졌다. 이 상품은 출시일 당시만해도 기본금리 1.85%에 우대금리 0.2%를 포함, 최고 2.05%를 줬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박인비 커리어그랜드슬램기원적금, KB사랑나눔적금 등 총 30개의 상품금리를 각각 0.2%포인트씩 내렸다. 우리은행도 비슷하다. 지난 4일부터 주요 적금상품 금리를 최대 0.65%포인트까지 내렸다. 일부 수시입출금 상품 금리도 인하했다.
은행들이 이렇듯 고객을 볼모로 수익을 챙기려는 것은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은행들은 예대마진 확보 차원에서 예적금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수신금리 뿐 아니라 일부 대출상품 금리도 함께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신규취급액 예대금리차는 1.69%로, 2008년 12월(1.31%)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예금을 받아 대출해 먹고사는 은행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도 2.27%로 2009년 8월(2.11%)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도 두달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는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여전히 예금금리 인하 행진을 멈추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은행권의 예대마진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반드시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이 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경우 정책금리가 제로(0)인데도 예대마진이 3%포인트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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