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바보야, 문제는 50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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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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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열(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이 슬로건은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사용했다. 또 선거 직전 이라크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부시(George H. W. Bush) 대통령의 재선을 가로막았다. 2015년 현재 우리 상황에서는 “바보야, 문제는 50대야”라는 문구가 적합하다. 향후 우리나라에서 50대는 태풍의 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 측면에서 보면, 2015년 현재 50대는 811만 명이며 전체 인구의 1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40대의 846만 명에 이어서 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50대는 40대와 함께 유권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아울러 50대의 높은 투표 참여율까지 생각하면 정치적 파괴력은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이처럼 인구통계학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50대는 1955년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겪었다. 가정에서는 부모를 부양하고, 아직 분가하지 못한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등 양쪽 어깨가 묵직한 세대다. 직장에서는 자의반 타의반 은퇴해야 하는 ‘고용불안 세대’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50대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소득수준이 가장 높지만, 아직 부모와 자녀에 대한 경제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올해 초 발표된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50대의 경제적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노후준비 부족’(28.8%)과 ‘자녀 교육’(20.7%)이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노후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연금제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 2013년에 국회를 통과된 바 있으며, 내년(2016년)부터 대기업을 필두로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법이 통과됐고, 국민연금 등 노후소득 강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할 예정이다. 이런 이슈에 대해 가장 주목하는 세대가 50대다.

고용측면에서 50대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령층(50~64세)의 고용률은 2014년 현재 70.6%로서 전체 평균 60.8%에 비해 크게 높다. 이제 인생의 귀로에서 은퇴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고령층의 높은 고용률에 비해 일자리의 질은 좋은 편이 아니다. 중고령층의 자영업자 비중은 39.2%로 전체 평균 27.5%보다 훨씬 높고, 비정규직 비중도 38.5%로 전체 평균 32.4%를 크게 웃돈다. 중고령층의 단순노무직 비중은 25.3%로 전체 평균 15.7%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높고, 100인 미만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비중도 82.4%로 전체 평균 78.1%에 비해 높다.

이처럼 불안한 50대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질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이슈로 떠오른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노사정이 원만하게 합의해야 한다. 아울러 노후소득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은퇴한 50대가 자영업으로 쏠리지 않고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재취업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 내실있는 50대 맞춤형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 인생의 귀로에 서있는 가장이 흔들리면 가정이 흔들리고, 50대가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 2016년과 2017년에는 50대를 붙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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