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호호호비치]
영화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제작 ㈜영화사 비단길 ㈜수필름) 개봉일인 4일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임수정은 예기치 않은 여러 상황에 부딪혔던 지연처럼, 많은 것을 감내하고 인정하며 변화하고 있었다.
‘은밀한 유혹’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여자 지연(임수정)과 인생을 완벽하게 바꿀 제안을 한 남자 성열(유연석)의 위험한 거래를 다룬 범죄 멜로 영화다.
성열이 지연에게 제안한 것은 천문학적인 재산을 소유한 마카오 카지노 그룹의 회장(이경영)을 사로잡아 그의 전 재산을 상속받는 것. 단, 성공시 그 재산의 절반을 성열과 나누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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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동선까지도 현장에서 만들어지곤 했어요. 연석 씨와 더 묘한 경쟁구도를 맞춰갔죠. 회장이 죽고, 다음 날 아침 성열이 회장을 옮기는 등 지시하는 신 자체는 그날 리허설을 통해 만들어간 거예요. 다 연석 씨, 감독님과 상의하곤 했죠.”
위태로운 하루하루를 견디는 지연과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성열, 그리고 괴팍한 성격의 회장까지. 세 인물은 시종 팽팽한 신경전과 소리 없는 전쟁을 벌였다. “현장에서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었겠다”는 질문에 임수정은 “그런 긴장감이 ‘너무도’ 필요했다”고 답했다.
“우리 영화가 밝고, 재밌는 영화가 아니라 그 특유의 색깔을 지닌 작품이니까요. 캐릭터들도 가벼운 감정을 가진 게 아니라서 어느 정도 현장에서도 마냥 웃고 즐겁게 수다를 떨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감정이 몰입된 상태라서 긴장감이 감돌곤 했죠. 하루하루 모두 쉽지 않은 촬영을 해나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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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열과 지연의 기묘한 관계는 ‘은밀한 유혹’이 가진 섹시하면서도 위태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임수정은 성열을 바라보는 지연의 감정이 “어떤 하나의 감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열이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지만 나를 드러내고 가까이할 수 없는 남자라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죠. 성열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요트에 올랐고, 마지막까지 그런 감정과 관계를 유지했던 것 같아요.”
지연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사는 여자였다. 위태로운 상황 속, 그가 가진 예민함과 불안함을 극에 달했고 임수정은 그런 지연에게 현실감을 더했다.
“제가 가진 모습이 캐릭터에 많이 녹았다고 생각해요. 전 스스로를 고전적인 느낌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현재 영화계에는 그런 캐릭터가 많이 없어요. ‘은밀한 유혹’ 원작이 가진 클래식한 성향과 성황이 저와 잘 맞았고 제가 가진 면들이 보여졌다고 생각해요.”
윤재구 감독은 배우 임수정을 생각하며 ‘은밀한 유혹’의 지연을 그려갔다. 캐스팅 0순위에 걸맞게 임수정의 “여리고 위태로운 면모”와 “강단 있는 악바리 근성”은 지연과 완벽하게 아귀가 맞물렸다.
“제가 연기했던 모습들과 실제 제가 가진 부분들이 잘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를 생각하면서 지연을 써내려가서 그런지…. 지연에 대한 이미지가 확고하셨어요. 이를테면 단발머리나 몸에 붙는 드레스 같은 것들은 이미 감독님께서 생각하신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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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설정도 많지만 감정적으로도 계속 변해요. 그 속에서 흔들흔들, 아슬아슬, 불안하게 떠내려가는 느낌이 있었죠. 그런 모습들이 대본 속에서도 매력적이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런 부분이 힘들었고요. 그래, 정말 촬영하면서 힘들었어요(웃음). 촬영이 끝나고 부쩍 성장했다는 걸 느꼈어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개인적인 인간적인 부분에서 더 성숙해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조금 내려놓게 됐다. “좋은 작품과 좋은 연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스스로를 괴롭혔던 적도 있었다.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기 위해 고민하던 20대”를 지나 30대에 이르러 “현장이 즐거워”졌다. “스스로를 옥죄던 부담감에서 해방된 계기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계기보다는 시간과 경력, 경험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이제 현장에 있는 게 정말 좋아요. 그동안은 너무 힘들었거든요. 나를 막 괴롭히기도 했고요. 지금도 연기는 힘들지만, 제가 배우라는 사실이 정말 좋아요. 앞으로는 계속계속 찍고, 자주자주 관객과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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