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 2013년 정부의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방침에 따라 주택구입을 위해 연 3.7% 고정금리, 대출기간 10년 조건으로 2억원을 대출받은 A씨는 최근 한국은행의 사상 최저수준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기존 대출조건대로 계산할 경우 A씨가 내야 할 총 이자는 3900여만원이지만 2% 후반대인 최근의 대출금리를 적용할 경우 약 1000만원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이자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부 방침을 믿고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5%로 낮아짐에 따라 이미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믿고 따랐던 대출자들은 오히려 초저금리 역풍을 맞아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부담에 시달릴 처지에 놓였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꾸준히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인 금융당국의 정책은 애초부터 방향을 잘못잡은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가계부채 질적 개선 차원에서 기존 변동금리 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로, 만기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전체 대출 가운데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올해 25%, 내년 30%, 오는 2017년 40%로 구체적인 연도별 목표치를 설정하고 4%대 금리 및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지난 3월에는 변동금리이거나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나눠 갚는 대출로 전환해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출시, 인기를 끌었다. 고정금리지만 2% 중반대로 비교적 낮은 금리 수준을 강점으로 내세워 총 33조9000억원(34만5000명)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비중이 약 7~8%포인트 상승, 내년 목표인 30%를 조기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더욱 낮아질 전망이어서 이미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탄 서민들은 높은 이자 부담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까지 커지게 됐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 4월 기준 40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고,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대비 0.13%포인트 하락한 1.78%를 기록했다. 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전월 2.36%보다 0.07%포인트 떨어진 2.29%를 기록했다.
시중 은행들의 고정·변동 대출금리 차이도 확연히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의 고정금리 적격대출 금리는 현재 3.32~3.77%인데 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2.56%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15년 분할상환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2.54~3.33%이며 혼합형의 경우 2.65~3.4%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분이 6월 코픽스부터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욱 낮아지면서 기존 고정금리 대출이자(4%대)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기간에 해당하는 대출자의 경우 대환을 통해 금리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2013년이나 지난해 고정금리대출로 전환한 고객의 경우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받아 이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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