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소매유통기업 '월마트'는 지난 2013년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앞으로 10년간 2500억달러 추가 구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미국 경제 성장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현재 월마트 판매 제품 중 상당수가 ‘메이드인 USA’, 즉 미국산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리쇼어링이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다시 본국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미국 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최근 지속적인 고용증가를 기록 중인 것은 리쇼어링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가운데 제너럴 일렉트릭(GE)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를 미국에서 생산하며 월마트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월마트의 이같은 행보 덕분에 직간접적으로 100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런 미국산 제품을 다른 제품들과 달리 특별하게 여기는데 미국인 특유의 애극심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월마트는 홈페이지에 ‘메이드인 더USA’ 코너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광고감시 시민단체인 ‘트루스 인 애드버타이징’은 월마트의 이 코너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100가지 이상이 실제로 미국산이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곳에서 메이드인 USA로 판매되는 제품 중 상당수가 사실은 중국산 등 외국산 제품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그 외 제품들도 상당수가 일부 미국산 부품만 사용하는 등 온전한 미국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보니 패튼 대표는 “월마트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가짜 미국산 제품들은 소비자들의 오해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이 이처럼 잘못된 생산지 표시를 이용해 소비자를 속이며 매출을 올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산이라고 할 수 없는 제품을 미국산으로 판매한다는 지적에 대해 월마트는 제품 공급자들의 책임이라고 발뺌했다.
월마트 측은 소비자 단체에 보내온 서한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웹사이트 판매 제품들에 대해 확인하고 있으며, 향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하겠다”면서 “자체 확인 결과 문제가 지적된 제품들은 소수이며, 전체 판매 제품 수에 비하면 의미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월마트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과거 월마트가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앞으로 10년간 2500억달러 추가 구매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된다. 그처럼 엄청난 금액의 미국산 제품을 실제로 구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뉴저지 라이더 대학교의 미셸 아마진 교수는 “미 연방거래위원회 (FTC)의 제품표기 규정에 따르면 월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상당 부분이 미국산이라고 할 수 없는 제품들”이라고 지적했다.
FTC는 미국산 제품의 기준을 “제품 전체 또는 사실상 전체가 미국산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산 제품 표기 문제의 경우 FTC는 제3자로부터 공식적인 조사 요구서가 접수돼야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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