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 11일, 오후 3시에 상영된 미국 독립영화 스타일의 코미디 ‘절대미각 사기단’ 이후에는 이탈리아에서의 요리사 경험을 바탕으로 본토의 맛을 국내에 전파, 와인과 요리 그리고 음식을 논할 때는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요리 연구가이자 셰프인 박찬일과 음식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오랜 기간 음식 전문 기자로 활약해 온 한겨레 신문 박미향 기자가 ‘맛있는 토크’에 참여해 최근의 미식 문화와 음식 비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후각과 미각을 잃어버린 인기 음식 비평가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비평을 써 나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영화의 주제에 맞춰 박찬일 셰프와 박미향 기자는 각각 셰프와 비평가로서의 입장을 밝혔다.
박찬일 셰프는 “이연복 셰프가 수술로 인해 후각을 잃으면서 오히려 미각이 강해졌듯이, 오랜 기간 갈고 닦은 셰프는 손에서 맛을 기억하는 것 같다”고 셰프의 입장에서 미각에 대한 생각을 밝혔고, 박미향 기자는 “미각이라는 것은 갈고 닦으면 좋아지는 것 같다. 취재를 하면서 어떤 날은 아침부터 밤까지 11끼니를 먹은 적도 있다. 덕분에 몸무게가 많이 늘었지만 노력을 한다면 어느 정도는 길러진다. 하지만 박찬일 셰프 같은 일을 하려면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똑 같은 레시피와 재료로 만든다고 해도 맛이 달라지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다년간 음식 전문 기자로 활동하며 느낀 경험을 이야기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끊이지 않고 특별한 음식을 제공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기쁘게 했다. 특히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영화제의 첫 상영작을 관람하는 관객에게는 주먹밥과 스프, 충무 김밥 등 든든하게 속을 채우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조식이 제공됐다. 오후 1시에 시작된 ‘커피에 대한 모든 것’ 상영 이후에는 손상영 (사)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 부회장이 참석해 스페셜티 커피란 무엇인가부터 스페셜티 커피 문화와 공정무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야외 테라스에서는 직접 스페셜티 커피를 시음해 보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베를린영화제 상영에 이은 개봉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올해의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황윤 감독은 아이를 교육함에 있어서 특히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장형 축산 등 건강하지도, 올바르지도 않은 과정을 통해 생산된 식재료의 선택은 결국 먹는 사람들의 가치관의 문제일 수도 있음을 상기시켰다.
후끈했던 낮의 열기가 어느 정도 지나간 저녁 8시부터는 코미디 영화 ‘절대미각 사기단’의 상영과 함께 치맥을 즐기는 ‘치맥 파티’가 열렸다. 파티를 통해서 서로 처음 만난 관객들도 반갑게 치킨을 나눠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야외 상영을 즐겨, 예매에 성공하지 못해 발길을 돌린 관객들의 부러움을 샀다는 후문이다. 마지막으로 밤 11시부터 시작되는 ‘심야에 만나는 클래식 레시피’에서는 김봉석 영화 평론가가 클래식 영화 ‘담뽀뽀’ ‘달콤 쌉사름한 초콜릿’ ‘금옥만당’을 감상하기 전 영화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음식 영화 고전을 모은 ‘심야에 만나는 클래식 레시피’ ‘심야식당’을 포함한 화제의 신작을 모은 ‘잠들 수 없는 맛의 향연’ 등 영화 팬들의 호응 속에 매진을 기록, 아트나인 2개관에서 밤새 진행된 심야 상영 프로그램은 첫 영화 상영 직후인 새벽 1시쯤 영화를 보고 허기를 느끼는 관객들을 위해 야식을 제공하는 ‘영화인의 야식’ 이벤트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영화인의 야식’ 이벤트에는 서태화의 요리를 위해 농축수산 식품기업 아그로수퍼가 고기를 제공했으며, 마이마이 치킨의 치킨, 프루티즘과 홍석천의 디저트 카페 마이 스윗에서 각각 제공한 디저트 등 다채로운 먹을거리가 마련돼 새벽까지 음식과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맛있는 야식의 향연을 선사했다.
먹고,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인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세계 각국 31편의 영화 상영과 함께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날 수 있는 이벤트, 음식 전문가와 함께 하는 토크 등의 부대 행사로 영화와 음식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고 있는 영화제. 상영작의 90%에 가까운 작품들이 사전 매진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음식영화제는 바로 오늘 12일까지 아트나인에서 개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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