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등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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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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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소금기에 간 밴 고뱅이
붉은 해돋이나 저녁노을에 절어
비틀거리며 오르던 언덕길


가난한 문패를 내단 슬레트집 마당
파도소리에 씻겨 핀 너의 능소화가
하늘로 가던 길에서
자르지 못한 미련 한 토막 뒤 돌아본 죄
소금기둥으로 굳어 별이 된 집집이
하늘로 가는 사다리가 놓였다


골목 구비를 돌 때 보았던 민들레도
지난 봄 홀씨 돼 하늘로 가고
핏빛 해돋이에 쫒겨온 정어리떼들
포구에서 날밤을 새다 하늘로 날아간
사다리를 오르다 숨이 차면
차라리 소금기둥으로 굳어 별이라도 될까
뒤를 돌아본다


전생은 나도 사람이었겠지 너처럼
저기 파도의 갈피마다 배를 놓고
창자 끝날까지 뒤척여 생의 멀미를 하던
어쩌면 언덕을 오르다 골목 구비에서
소금기에 전 한숨을 쉬고 또 모퉁이
하늘로 오르는 길을 찾다 시린 등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본
어쩌면 전생이
언덕을 오르던 소금기 간간한
별이었을까?


-----


강원도 동해시 묵호등대 바로 옆에 친구가 살았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그의 집에 갔었다. 좁은 언덕길, 조그만 등대, 마당 작은 집이 그 때 기억이다. 그의 집 마당에서 보았던 벌판같이 너른 동해, 그 아침 해돋이는 너무나 붉어 산속에서 자란 나에게는 아름다움보다 무서움이었다.
묵호를 갔다 옛생각이 나 등대를 찾았다. 지금의 등대는 주변으로 군더더기를 너무 많이 붙여 놓아 호사스럽고 우악스럽게 변해 옛멋을 잃었지만, 친구와 함께 오르던 등대오름길 '논골담길'은 옛모습 그대로 단장돼 시와 그림 등이 벽화로 그려져 있었다. 등대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며 만나는 골목풍경과 숨이 찰 때쯤 내려다 본 묵호항은 아름다운 해변풍경은 아니지만 고깃배의 들고남이 분주한 '삶의 현장'이라 여운도 길었다.
 

등대 가는 길 [사진=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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