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또다시 시중은행에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를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 여파로 자금이탈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 관계자 및 자문가들을 인용,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의 대출 촉진을 위해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낮출 전망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은 약 6780억 위안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준율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예금액의 비율이다. 이를 낮추면 그만큼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커진다.
인민은행이 관측대로 지준율 인하를 단행하게 되면 올 들어서만 네 번째 조치가 된다. 이는 인민은행이 지난 2주간에 걸쳐 단행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으며, 또 다시 지준율 인하 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시사한다고 WSJ은 평했다.
인민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 대해서만 지준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의 미래 성장 원동력인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채널 확대 방안은 그렇다할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입증됐었다.
소식통들은 인민은행이 이론상으로는 지준율 추가 인하로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가중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최근 당국의 환율개입으로 자금이탈이 심화되면서 유동성 압박이 확대되는 더욱 심각한 우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일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2% 가까이 절하한 이후 위안화의 가치는 약 4% 하락했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예상보다 심각한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자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 방어를 위해 다시 속도조절에 나섰다. 상하이 소재 오리엔트 증권은 인민은행이 최근 위안화 추가 절하를 막기 위해 보유외화 3조6000억 달러 가운데 400억 달러 이상을 환율 개입에 썼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오히려 시중 유동성이 더욱 악화됐고,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주 역환매조건부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2600억 위안을 시중에 공급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장밍 중국사회과학원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지준율 인하가 불가피하다"며 연내에 최대 4차례의 지준율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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