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남북은 내달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예고해 전국 실향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 실향민촌인 속초 청호동 마을은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실낱같은 상봉을 기대했다.
김진국(75) 청호동(아바이마을) 노인회장은 함경남도에서 1·4 후퇴 당시 내려와 지금껏 아바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
김씨는 "몇 년 전 한 분이 선정돼 북측의 가족을 만나고 왔는데 상심을 해서인지 두문불출하다가 돌아가셨다"라며 "때문에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많은 이산가족이 포함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진안에 사는 이산가족 김순이(80) 할머니도 남북 합의 소식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할머니는 "혹시나 전쟁이 나면 평양과 함흥에 사는 조카딸들에게 무슨 일이 나지나 않을까 너무 걱정됐다"며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한시름 놨을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국내외 인사는 12만9698명으로 이중 올해 6월 말까지 6만3406명(48.9%)의 사망이 확인됐다.
현재 이산가족 생존자는 6만6292명으로 등록자 중 절반정도만 남은 상태다. 더불어 이중 3만5997명(54.3%)도 80세 이상의 고령자로 확인돼 상봉이 시급한 상황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1985년 남북한 고향방문단이 서울과 평양을 교환 방문한 이후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2010년 제18차 상봉 이후 성사가 어려워졌다.
이번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된다면 지난해 2월 제18차 상봉 이후 1년7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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