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국내와 외국의 오페라 환경은 그 격차가 너무 커서 해외 활동 가수들이 살 수 없을 만큼 척박하다. 스포츠계의 김연아, 박태환 같은 우리나라 스타 성악가들이 세계 오페라계를 누비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다.
수많은 인재들이 좋은 무대가 없어 사장되고 있다. 이중 상당수가 생활고를 겪고 있으며, 해외 활동의 좋은 기량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니 문화 향유권자들에게도 손해다.
이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좋은 페스티벌을 만들어 오페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길 밖에 없다.
지금 한창 불고 있는 한류 3.0 문화에 힘입어 대중한류와 클래식 한류, 오페라한류에 대한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알맹이는 아무 것도 없다.
단순하게 정기공연 형식의 오페라무대를 주어진 예산으로 올리는 차원으로는 오페라 활성화가 힘들다. 물론 몇 해 전부터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축제가 열리고는 있지만, 주제의식이 빈약할 뿐 아니라 티켓판매의 부진과 시민의 무관심 속에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태리의 베로나나 유럽의 유명 축제들처럼 관광객을 모을 수 있는 전문적인 페스티벌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성악뿐만 아니라 오페라 시장 전체가 활성화되고 고용창출도 이룰 수 있다.
굳이 유럽시장이 아니어도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충분히 타켓으로 삼을 수 있다. 한국 성악의 성장 동력을 지금 키우지 않으면 머지않아 중국이 시장을 넘볼 가능성도 예견된다.
르네상스 말기에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꽃 피우기 시작한 오페라는 전적으로 극장(오페라하우스)의 산물이었다. 오페라는 호소력이 강한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 문화와 삶의 희노애락을 표현해왔다.
오페라가 이태리에서 불 붙어 피렌체 산맥을 넘어 전 유럽에 전파된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페라는 전파성이 강하며 잘 만들기만 하면 누구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문화다. 우후죽순처럼 무늬만 오페라단인 단체가 나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세계오페라 중심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지만 선진국 같은 오페라전용 극장 하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기업들이 오페라에 눈을 뜬다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더욱 용이할 것이다. 오페라는 K뷰티, 의상, 의료 등 한류 시장에서 톡톡히 효과를 본 기업들이 대중한류를 넘어 상품의 고급화 전략으로 선택하기에 좋은 재료이다.
이미 세계 최고가 된 선박, 자동차, 설비의 수준을 넘어 재난 휴보로봇이 세계를 재패한 것처럼 우리 역량이 문화에서도 꽃 피워져야 한다. 소모적 투자가 아니라 집중을 통해 큰 시장을 키워가는 안목이 절실히 요청되는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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