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블랙홀에 빠진 김무성·문재인, “플랜B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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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2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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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제공=새누리당]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미래권력인 여야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타협을 고수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이미 정쟁을 넘어 '막말 수준'의 싸움으로 전락했다. 각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산·결산 심의는 국정화 공방에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면서 사실상 '올스톱'됐다. 국회가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태와 2014년 세월호 등에 이어 또다시 '정치 공동화' 현상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국정화 정국에서 리더십 부재를 노출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9일에도 정국 블랙홀로 격상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에 빨려 들어갔다. 여당과 제1야당의 기능을 상실,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부채질한 셈이다. 오는 2017년 정초선거의 주인공인 이들이 정치 혐오를 골자로 하는 '반(反)정치' 문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다.

◆金, 재·보선 3연승…'父 친일 논란·靑 거수기' 부담

김 대표의 이중고는 △선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친일 의혹 △청와대 거수기 논란이다. 국정화 정국에서 김 대표는 그간 설에 그쳤던 선친의 친일 논란이 급부상하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다만 10·28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이중고의 악재를 정면돌파할 수 있는 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포항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오래전에 정해진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7일 선친 친일 반박자료를 내던 김 대표가 이틀 만에 부친이 세운 경북 포항 영흥초등학교를 방문, 차기 대선주자 이미지를 타격할 수 있는 '친일 프레임'을 털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눈여겨볼 대목은 김 대표의 민생 행보다. 그는 전날 충남 보령 가뭄현장 방문에 이어 이날 경주 문화재 발굴 현장을 찾았다. 장외투쟁 등 전면전에 나선 야권과 차별화를 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전날 충남 보령을 찾아 "4대강 2차 사업(지천·지류 정비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인 '4대강'을 고리로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0·28 재·보선의 승패는 두 대표의 운명을 극명히 갈랐다. 김 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극에 달했던 7·30 재·보선을 시작으로, '성완종 리스트'가 발발한 10·29 재·보선에 이어 3연승을 달렸다. 여권의 악재 속에서 빛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민생 행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본청. 특히 국정화 정국에서 리더십 부재를 노출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9일에도 정국 블랙홀로 격상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에 빨려 들어갔다. 여당과 제1야당의 기능을 상실, '강대강(强對强)' 대치를 부채질한 셈이다. 오는 2017년 정초선거의 주인공인 이들이 정치 혐오를 골자로 하는 '반(反)정치' 문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재·보선 완패' 文, 국정화 사회적 논의기구 승부수

하지만 새누리당이 '국정교과서 반대=북한 지령설'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지나치게 '로우키(low-key)' 전략을 일관, 청와대 거수기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게 됐다. 통상적으로 역대 총·대선에서 미래 권력이 현재 권력과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갈등은 이미 임계점을 향해 조금씩 가고 있다는 의미다.

재·보선 패배와 계파 패권주의 논란에 휩싸인 문 대표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문재인호(號)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한 그는 이날 "백지상태에서 교과서를 논의·검증하자"며 사회적 논의기구를 제안했다. 이에 김 대표는 "사회적 기구가 바로 집필진 구성"이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선거 패배로 당 내부에서 거취 표명에 대한 요구가 나오자 '시선 돌리기'에 나선 문 대표의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비주류 박지원 의원은 재·보선 결과 직후 "문 대표는 결단하시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우리 당 현주소"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비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위기론'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 꼭두각시 노릇, 문 대표는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두 정치적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며 "국회가 가진 고유기능을 살리는 것이 플랜B"라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사학계와 교육계 등 전문가들과 교육주체들이 두루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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