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들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날 때마다 묻는 질문 중 하나다. 그러면 늘 대답은 같다. '논의한 바 없다'라는 답이다.
새누리당이 의원총회를 열고 공천특별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이 지난 9월 30일이다. 한 달여가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내년 총선까지는 앞으로 약 5개월이 남았다.
공천룰보다도 시급한 것은 총선룰이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는 지난달 획정안 도출 실패를 선언하면서 공을 국회로 돌렸다. 이 역시 역사교과서 논쟁에 파묻혀 허송세월을 보냈다.
벌써 몇 달째 같은 얘기다. "진전은 있었다, 추가로 논의하겠다." 선거구 획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법정 처리시한은 오는 13일이다. 마감시한이 닥치자 밤새 벼락치기 공부를 하듯 다급한 모양새를 보이지만, 정작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전날 양 당 대표는 원내대표가 배석하는 4+4 회동에서 밤을 새워서라도 선거구획정 문제에 대한 담판을 짓기로 했다. 이런 식의 정치는 늘 되풀이 되어왔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기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도 신물이 날 법하다. 정치에 대한 냉소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로 한 것일까.
출마를 결심하고 있는 정치신인들은 물론, 선거구 통폐합을 앞두고 있는 지역 주민들은 아우성이다. 아침마다 각 정당 회의에선 '말 뿐인 정치를 지양하자'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 역시 허언(虛言)으로 돌아온다.
허공을 떠다니는 말들이 무게를 갖고 사실이 되기 위해선 여야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정치권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 않게 그 절차적 정당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정치권이 자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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