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독일 정부가 그리스에 1만명에 달하는 탈세자 명단을 넘겼다. 가디언 등 외신은 독일 정부가 탈세자 추적에 미온적인 그리스 정부에 스위스 은행 계좌를 보유한 이들 중 탈세자로 의심되는 그리스인의 명단을 전달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정부가 그리스에 넘긴 명단은 총 36억유로(약 4조3740원)에 달하는 규모로 이번주 초 그리스 정부가 채권국으로부터 받은 구제 금융 할부금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독일 정부는 독일 연방관세청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명단에 있는 이들은 스위스 은행에 예금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스위스 은행은 재산 추적이 어려워 세계 부호들이 조세 포탈에 주로 사용한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노르베르트 월터 보르잔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로 그리스 정부가 정직한 납세 풍토를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3년동안 860억 유로(약 105조원)를 지원받는 3차 구제금융 합의 당시, 그리스는 조세포탈 혐의자 추적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스 탈세 규모는 한해 35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를 세금 회피로 꼽아왔다. OECD 조세정책 국장 파스칼 세인트 아만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문제는 조세회피”라며 “세금 징수 당국의 힘이 굉장히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가 세금 징수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2010년 10월에도 그리스는 프랑스 재무부로부터 그리스인 2000여명의 탈세 정보를 받았으나 치프라스 총리는 정부 관료들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고 비난했었다.
또 뇌물이 만연한 그리스 문화가 조세 추적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리스 금융위기를 상징하는 단어로 '작은 봉투'를 뜻하는 '파켈라키'를 든 바 있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 공무원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관행이 일반적일 만큼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를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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