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에 빠져 든 유통업계…'키덜트' 위상 증가에 매출도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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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3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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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오픈마켓 최초로 옥션에 입점한 독일 피규어 장난감 '플레이모빌' 상품들. 사진=옥션 제공 ]


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유통업계가 장난감 신드롬에 빠져 들었다. 과거 철없는 어른으로 분류되던 '키덜트(Kidult)'족이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덜트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 감성을 가진 어른을 뜻한다. 이들이 장난감과 게임 등 유년시절의 향수를 쫓는 문화가 어느덧 유통업계가 전력투구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관련 상품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업계는 앞다퉈 매장을 확대하고 있고, 나아가 직접 키덜트 상품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의 기차모형전문점 트레인몰에는 가격이 3000만원에 이르는 황동기차가 전시돼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장인이 6개월간 수작업으로 제작한 제품이다.

이처럼 수천만원에 달하는 특수제작품이 아니더라도 시중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어른용 장난감이 많다.

롯데마트의 키덜트 전문매장에서는 1만원대 저가 피규어부터 890만원인 실제 인물 크기 피규어까지 판매되고 있다.

소비 여력을 갖춘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저변이 확대되면서 국내 
키덜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히고 있다.

롯데마트의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집용 완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4.1% 급증했고, 이마트에서도 올해 들어 조립완구와 피규어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키덜트 매장 '토이앤하비'를 운영 중인 아이파크백화점의 올해 키덜트 상품 관련 매출은 작년보다 20.8% 증가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여파로 6∼8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매월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아이파크백화점은 밝혔다.

온라인쇼핑몰에서도 키덜트 상품의 인기가 뜨겁다.

옥션에서 올해(1월 1일∼11월 26일) 키덜트 상품 전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다.

RC카(무선조종자동차)(109%), 건담(58%), 피규어(41%), 모형·프라모델(47%), 전동스쿠터(180%), 액션캠·캠코더·헬리캠(54%) 등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키덜트 시장 규모가 5000억원대를 넘어섰으며 조만간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키덜트는 이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키덜트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키덜트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상품과 전문 매장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키덜트 매장 전면에…마케팅·콘텐츠 경쟁

키덜트 상품은 과거 완구·팬시용품 매장 한구석에 진열되던 신세였다. 그러나 이제 전문 매장이 곳곳에 들어서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킨텍스 이마트타운에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를 열었다. 피규어 전문관을 비롯해 드론과 각종 첨단 장난감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드론존, 스마트토이존을 마련해 키덜트족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9월 구로점과 잠실점에 키덜트 전문샵인 '키덜트 매니아'를 열었다. 다음 달에는 판교점에 3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역시 건담, 스타워즈 등 인기 캐릭터 상품 매장인 '피규어 존'과 완구 매장인 '드론·RC존' 등으로 구성됐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에 성인남성 고객을 겨냥한 '멘즈아지트(Men's AGIT)' 편집 매장을 내고, 카메라와 각종 키덜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문을 연 판교점에 키덜트 용품 전문 매장인 레프리카, 고급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 독일 직영 단독 매장, 자전거와 튜닝 아이템을 판매하는 위클 등을 입점시켰다.

신세계백화점은 다음 달 '스타워즈 에피소드7' 개봉에 맞춰 직접 만든 의류와 잡화 등 스타워즈 상품을 선보이고 스타워즈 피규어·레고를 전시한다. 신세계는 지난달까지 본점에 키덜트 상품을 모은 '키덜트 뮤지엄 볼케이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아이파크백화점은 문화관 7층에 있던 키덜트 전문관인 '토이앤하비'를 지난 9월 용산역을 통해 들어오는 입구인 리빙관 3층으로 이전했다. 키덜트 매장을 사실상 백화점의 간판 매장으로 전면 배치한 셈이다.

편의점 업계도 키덜트족 공략에 빠지지 않는다.

GS25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 캐릭터 상품 뽑기 이벤트를 진행 중이며, 스누피 피규어세트 증정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어벤져스2' 피규어 컬렉션 10종을 한정 판매하면서 명동평화점에 아이언맨 실물 크기 피규어를 전시하기도 했다.

CU(씨유)는 2만원대 초반에 편의점을 소재로 한 PB(자체브랜드) 블록 장난감을 선보이고 있다. 배송 차량과 이동형 편의점을 소재로 한 블록은 조기에 모두 판매됐으며 최근 3탄 '우리동네 CU'를 선보였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가운데 16%는 스스로 키덜트족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끌기용으로 준비되던 키덜트 상품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킬러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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