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부산 정하균 기자= "죽기 전에 니 얼굴 한번만 보면 소원이 없을 낀데… 엄마하고 이 땅에 같이 숨쉬고 살고 있는 거제. 살아 있제 성옥아."
평생을 자식이 그리워 딸을 잃어버린 곳에서 오늘도 삶의 터전을 이어가고 있는 추연순씨(71)는 눈시울을 붉히며 힘없이 말했다.
추씨는 용두산이 한눈에 보이는 국제시장 동편 인도변에서 구두수선점을 하고 있다. 50년 전 용두산에서 큰딸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19세였던 65년 2월 추씨는 남편과 용두산에 올랐다가 화장실이 급해 사진사에게 큰딸을 부탁하고 돌아와 보니 사라졌다.
그날부터 매일 밤늦게까지 동네를 뒤졌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에 부탁도 해보고 고아원 등 복지시설을 뒤져도 딸의 행방을 찾을 길이 없었다.
생업을 포기하고 몇년을 돌아다녔지만 허사였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딸의 얼굴이 그려진 전단을 품에 안고 지내기도 했다.
이미 1살 된 아들을 두고 있었던 추씨는 "살아야 한다"고 독하게 마음먹었다.
다시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추씨 딸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남포동을 떠난 적이 없었다. 남포동에 미용실을 차렸고, 남편도 먹고살기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미용실에서 가위질을 하다가도 성옥이 나이의 아가씨가 지나가면 달려갔지요." 추씨는 한순간도 큰딸을 잊지 않았다.
남편은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남편도 큰딸이 얼마나 그리웠던지 "살기 바빠 큰딸을 못 찾은 게 한스럽다"는 말을 남겼다고 했다.
추씨는 2012년 지인의 도움으로 KBSTV 통해 딸을 찾아 봤다.
"큰딸은 2살 때 라면물에 발목을 데어 흉터가 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나았는지는 모르지만…" 방송이 나간 뒤에도 소식은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큰딸 돌 때 찍은 빛 바랜 사진을 지갑에 고이 간직하고 다닌다.
"이제는 성옥이를 마주한다고 해도 솔직히 내 딸인지 못 알아볼 것 같다"고 추씨는 털어놨다.
추씨는 겨울이 오면 더욱 큰딸 성옥이가 보고 싶다고 했다.
연락처 010-2528-1599(추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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