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일요기획] ‘박쥐 구단’ 발렌시아의 전성기를 기억하시나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5-12-13 0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발렌시아 페이스북]

아주경제 서동욱 기자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수비수 게리 네빌이 ‘박쥐 군단’ 발렌시아의 새 사령탑이 됐다. 이번 시즌 내홍과 부진을 겪으며 누누 산투 감독을 경질한 발렌시아는 5승5패4무 승점 20점으로 8위에 쳐져있다. 발렌시아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과거 발렌시아에도 황금기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막강한 전력으로 프리메라리가를 지배하며 세계 최강의 클럽으로 불리는 바르셀로나나 레알 마드리드의 양대 구도를 박살냈던 선구자였다.

90년대 후반 발렌시아는 명장 클라우디오 라니에리(현 레스터 시티 감독)이 부임하며 강팀의 기반을 닦았다. 발렌시아는 컵 대회 등을 우승하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라니에리의 후임으로 부임한 헥토르 쿠페르 감독은 리그 최고의 윙어 킬리 곤잘레스, 빠르고 정확한 스트라이커 클라우디오 로페즈, 플레이 메이커 가이스카 맨디에타, 아르헨티나 산 ‘벽’ 로베르토 아얄라, 프랑스의 황금기를 이끈 디디에 데샹 등을 데리고 발렌시아의 1999-2000, 2000-2001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팀의 재정이 어려워지자 발렌시아는 선수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2000년 로페즈는 236억원에 2001년 맨디에타는 한화 397억원이라는 큰 이적료를 팀에 안기며 세리에A 라치오로 이적했다. 더군다나 베테랑 수비수 데샹이 은퇴하고, 팀의 전성기를 이끈 쿠페르 감독마저 인테르로 떠났다.

하지만 발렌시아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 부임한 라파엘 베니테스(현 레알마드리드 감독)는 발렌시아를 리그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새로 부임한 베니테스는 젊은 선수들을 적극 기용해 세계적인 선수들로 키워냈다.

기존 수비의 핵이었던 아얄라에 카를로스 마르체나를 더 해 단단한 수비를 만들었고, 한동안 스페인 중원을 책임지게 되는 루벤 바라하와 다비드 알벨다가 허리를 구성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파블로 아이마르가 창의성을 제공했고, 비센테 로드리게스라는 윙어가 사이드를 지배했다. 골문은 이케르 카시야스 이전에 스페인 부동의 골키퍼였던 산티아고 카니사레스가 지켰다.

발렌시아는 적재적소에 포진된 뛰어난 기량의 선수들과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2001-2002시즌 30년 만에 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2002-2003시즌에는 5위를 해 잠시 주춤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 나가 8강에 진출했고, 2003-2004시즌에 다시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또 UEFA컵 결승에서 마르세유를 꺾고 우승하며 유럽 축구 강호로 다시 거듭났다.

이 후 베니테스는 팀을 떠났지만 그가 발렌시아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기 세계적인 플레이 메이커 다비드 실바가 유스팀에서 성장했고, 그가 거둔 업적은 다비드 비야, 아시에르 델 오르노, 호아킨 산체스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소가 됐다.

팬들이 발렌시아의 전성기를 뚜렷히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아쉬움 때문이다. 맨디에타·로페즈와 같은 전성기 1세대와, 비센테·아이마르 등 2세대, 그리고 비야·실바·마타와 같은 발렌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함께 뛰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단의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내고 훌륭한 성적을 거뒀던 발렌시아가 좋은 선수와 감독을 지킬 수 있었다면 유럽 축구의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 하고 새로운 감독을 맞이할 때다. 과연 잉글랜드에서 온 새로운 감독이 과거 화려했던 ‘박쥐 군단’을 재건하고, 프리메라리가 양강 구도를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