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새해 전날 독일의 밤 하늘은 항상 화려한 불꽃놀이가 장식했다. 그러나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소수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이러한 전통을 올해만큼은 버리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전쟁을 피해 독일로 온 시리아 난민들이 불꽃놀이 소리를 듣고 포격음을 떠올려 정신적 외상을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온 조치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아른스베르크현은 불꽃놀이가 터질 때 나는 소리가 난민들에게 전쟁의 참사를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불꽃놀이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7만명이 거주하는 이 도시에는 수백명의 난민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시리아에서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온 이들이다.
현지 언론들은 안스베르크 소방당국의 말을 빌려 "전쟁과 대립을 피해서 도망 온 사람들이 지난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을 떠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또 독일의 대표적인 조간신문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독일 서부에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공무원의 말을 인용해서 “전쟁지역에서 온 이들은 불꽃놀이가 터질 때 나는 소리를 폭탄이나 포격음과 연관시킬 수 있고 이는 정신적 외상을 입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수개월 간, 독일 사회에서 불꽃놀이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일부 난민 수용 반대자들이 난민들을 겁주기 위해서 불꽃놀이를 의도적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반 난민 시위자들은 난민 거주 시설 근처에서 폭죽이나 불꽃놀이를 터뜨리거나 난민이 탄 버스를 겨냥한 폭죽 공격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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