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AI, 항공산업 불모지서 美 항공기 수출 전진기지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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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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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운 오리새끼' 국내 항공산업, '新성장동력' 궤도 올라

  • 약 10조원 규모 美 공군 고등훈련기(T-X) 사업 수주 총력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기동에서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할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조립되고 있다.[사진=KAI]


아주경제(사천) 이소현 기자 = “드르르르륵” 비행기 전방, 중앙, 후방 3개 동체를 접합하기 위해 나는 드릴소리가 축구장 3개 규모인 공장 천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달 말 방문한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항공기동. 실내지만 입김이 살짝 도는 정도의 추위에도 작업자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항공기 조립 공장 특성상 공장 내부에 기둥을 찾아 볼 수 없다. 또 컨베이어벨트가 쉼 없이 돌아가는 자동차 생산라인과 비교해 보면 정적이다. 조립공정은 컴퓨터로 자동화 돼있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항공기 조립이 이뤄진다.

동체를 접합하기 위해 필요한 볼트와 너트 개수만 4000여개, 완제기를 구성하는 전체 부품 수가 30만여개 수준이니 작업량과 시간을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KAI 관계자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다목적 전투기 FA-50,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이 생산된다”며 “완제기 1대가 전 라인을 도는데 보통 6~7개월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산업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퀀텀점프’ 성장을 이뤄 비상할 준비가 한창이다. 불과 30년 전만해도 항공기 제조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국내 항공산업은 미국에 항공기 수출을 공략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삼성, 현대, 대우에서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항공산업이 국내 제조업의 주춤 속에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궤도에 올라선 것이다.

공장 입구 작업자들은 아직 도색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연두색 T-50 조립으로 분주했다. 공장 끝부분에 다다르자 짙은 회색계열로 도색된 완제기를 볼 수 있었다. 꼬리 날개 쪽에 새겨진 이라크, 필리핀 국기를 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 완제기 수출이 피부로 와닿았다.

KAI는 T-50 등을 개발한 경험을 발판삼아 미국 공군의 고등훈련기(T-X) 사업 수주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은 T-X 첫 공개현장에 참석하면서 수주 성공에 힘을 실었다.

초도 생산 물량 350대, 약 10조원 규모의 T-X 사업은 향후 미국에서만 1000대 수요, 38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산업 파급효과는 7조3000억원, 일자리 창출은 4만3000명 수준으로 국내 항공산업 발전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성용 KAI 사장은 T-X 수출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 사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T-X 사업은 T-50을 기반으로 개조·개량하는 것으로 수백대를 생산해봤고 협력업체와 많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며 "반드시 사업 수주에 성공해서 한국 항공산업의 저력을 전 세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T-X 사업에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개발한 T-50A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보잉-사브, 노스롭-BAE 컨소시엄 등과 경쟁 중이다. T-X 사업은 올해 말 제안서 제출을 통해 내년 상반기에 기종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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