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 스마트팜으로 '농장감옥' 탈출…소득늘고 삶의질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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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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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농장 감옥에서 탈출해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이는 '국화 재배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남기 전남 무안 승달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한말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10년 정부가 추진한 '농식품 ICT 융복합모델화사업'을 통해 생장환경자동조절시스템을 도입했다. 스마트팜을 도입한 이후 그는 스마트폰으로 농장을 24시간 원격 제어·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 대표는 "40년간 농사꾼으로 살면서 '농장 감옥'에 갇혀 살았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은 농작물 뿐만 아니라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고마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박남기 전남 무안 승달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온실전체를 제어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농장을 비울 수가 없었다. 혹시 비라도 내리면 하우스 천장을 닫아야 했고, 빛에 예민한 국화에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직접 조명을 비춰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외출이 자유롭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도와 환기를 조절하는 하우스 안 컨트롤 박스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4000평이 넘는 하우스를 하루에 서너 번을 돌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감옥이 따로 없었다"며 "스마트 팜 도입 후 작물의 생장에 관련된 거의 모든 부분을 ICT기술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입되는 인력과 일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팜으로 농장을 업그레이드 하면서부터 작물 생장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설정할 수 있었고, 생산정밀관리로 꽃의 품질은 물론 생산성도 높아졌다. 이로써 약 2000평으로 시작한 농장 면적은 두 배로 넓어졌고, 내수를 비롯해 수출까지 성공하면서 소득은 3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스마트 팜 성공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정부의 스마트 팜 도입 확산 정책이 농가 소득 증대와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 것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스마트 팜 운영 농가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스마트 팜 도입으로 생산성이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가노동시간은 14.6%, 인건비 등 고용노동비는 8.6% 줄었다. 특히 고용노동력 1인당 생산량은 36.8%나 증가해 스마트 팜 도입 후 인력 관리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농업에 ICT를 접목한 '스마트팜'을 늘릴 방침이다. 2017년까지 현대화된 온실(1만㏊)의 40%인 4000㏊에 이르는 스마트 온실을 보급하고, 스마트 축사도 전업농의 10%에 해당하는 730호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 국내 환경에 맞는 스마트 팜 생육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보급하고, 현장 지원센터 8곳을 운영해 현장 애로사항을 해결하기로 했다. 

남태헌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국장은 "스마트 팜이 확산되면 우리 농업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지고 미래성장산업으로 견인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관련 분야 일자리 창출과 해외 시장 진출 등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팜 도입으로 소득증대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농가들을 둘러봤다.  

◆ 경북 성주 도흥참외정보화마을…생산량 30%↑

스마트팜 도입으로 참외 생산성과 품질이 좋아졌다는 김상규 도흥참외정보화마을 대표가 온실제어장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성주하면 참외, 참외하면 성주'라고 불리울 만큼 경북 성주시는 우리나라 참외의 76%를 생산하는 참외의 고장이다.

ICT 기술로 성주참외 브랜드파워를 한층 높여준 계기가 됐다는 경북 성주의 '도흥참외정보화마을'은 스마트 팜 덕을 톡톡히 본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 소학리에서 1.2ha(3200평), 하우스 16동 규모의 참외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김상규 대표는 지난해 새로 도입한 스마트 팜 시스템 덕에 매일 신바람이 난다. 예전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비닐하우스를 들락거려야 했지만 이제는 하우스에 나가지 않고도 참외 상태를 알 수 있다. 참외의 품질도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어 매출도 날로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팜 도입 이후 생산량이 30%나 늘었다"며 "하우스 한 동에 5t씩 나오던 참외가 6.5t씩 생산되고 있을 뿐만아니라 빛깔이 노랗고 단단한 게 상품성까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30여 년간 쌓인 참외 재배 노하우가 있던 김 대표는 첫 스마트 팜 도입 때 반신반의했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사람보다 낫겠냐'는 생각 때문이다. 스마트 팜을 설치한 하우스 참외들이 설치하지 않은 하우스 참외보다 품질과 생산성 면에서 월등하게 차이가 나면서 그는 스마트 팜 예찬론자가 됐다.

특히 김 대표는 "목표 온도와 습도만 딱 컴퓨터에 입력해놓으면 알아서 하우스 내부 환경이 만들어지는 신통방통한 기술"이라며 "지금은 600평 하우스에만 설치했는데 내년부터는 나머지 하우스에도 전부 설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CT 조작법에 대해 그는 "스마트 팜을 설치하며 막상 교육을 받고 보니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보다 더 배우기 쉬웠다"며 "원격제어가 가능해서 어디서든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 팜 덕분에 어디든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팜은 참외 생장에 적합한 온습도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날씨에 따라 하우스 내부의 측창이 자동으로 여닫히며 일정한 온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일조량이 부족할 때는 자동으로 LED 조명이 켜져 적정한 일조량을 얻을 수 있다.

◆농업회사법인 원스베리…품질 균일화로 수출 시장 개척

전남 담양의 '원스베리'에서 생산된 딸기를 직원들이 포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표준화된 스마트 딸기 재배로 수출 시장을 개척한 농가가 있다. 전남 딸기의 새로운 이름, '원스베리(One’s Berry)"가 그 주인공이다. 원스베리는 전남 담양의 21개 딸기 재배 농가가 참여해 공동으로 상품을 출하하는 농업회사법인이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2년과 2014년, 두차례에 걸쳐 스마트 팜을 전격 도입했다.

온·습도 변화에 민감한 딸기는 연중 고른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품목으로 농가마다 상품성이 크게 차이가 나는 품목이기도 하다. 원스베리에 참여하는 전남 딸기 사업단 소속 21개 농가의 딸기는 스마트 팜 시스템 도입으로 연중 균일한 고품질 딸기를 생산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21개 농가의 딸기 생장 환경을 동시에 제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스베리 관계자는 "원스베리의 U-IT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21개 농가의 온도와 습도, 일조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분 단위로 생장 환경을 모니터링한 연구원들은 곧바로 각 농가의 ICT 시스템에 접속해 원격으로 재배 환경을 제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스베리는 딸기 포장의 겉면에 QR코드와 전자태그를 달아 딸기 출하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 딸기는 백화점이나 식자재 등 고급 마켓에 생과로 납품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홍콩 등 동남아 지역으로 내수보다 5% 높은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다. 

스마트팜 도입 후 원스베리는 이전보다 생산량이 19% 증가했고, 65%에 불과했던 정품 생산 비율은 80%까지 늘었다.

◆전남 화순 삼천리 농장…관리시간 57% 절감

전남 화순에 위치한 삼천리 농장 김성수 대표가 스마트폰으로 온실을 제아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 슈퍼푸드 중 하나가 토마토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건강식품이어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산지가 늘었고 농장 간의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품질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토마토 생산 시장에서 ICT 기술로 돌파구를 찾은 농가가 있다. 전남 화순의 삼천리 농장이 그곳이다. 토마토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온도와 습도, 바람 등 최적의 환경을 스마트 팜이 제공해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김성수 삼천리 농장 대표는 "시설 도입 전과 비교해 토마토의 크기와 무게가 증가했고 색상이 더욱 선명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특품의 비율이 15%가 늘었고, 특품 생산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순수익도 전년 대비 29.7%나 상승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중으로 계속해서 자료가 데이터화되기 때문에 이상 기후가 발생했을 때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탁월하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는 지난해 데이터를 보고 비교하면서 양액이나 온도 변화를 보고 문제를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토마토 재배는 3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실내 환경 조건을 맞춰주는 스마트 팜만 있으면 실패하진 않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지난해 2,000평의 농장에 정부 지원 비용과 개인 투자금을 들여 ICT 시설을 도입, 체계적인 농장 관리를 가능하게 해 주었고 그 결과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동시간도 하루 7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어 김 대표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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