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전통적으로 야당 텃밭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이 분리돼 새 살림을 차리면서 두 야당 간 맹주 자리를 놓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텃밭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상대의 심장을 향해 서로 총구를 겨누는 냉혹한 '형제의 난'이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북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인지도면에서 상대적으로 두각을 보여왔던 정읍 유성엽·군산 김관용 의원이 더민주를 탈탕해 국민의당에 입당하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대거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더민주의 입지를 급속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실제 전북도내 10개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더민주가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얘기가 전북 정치계와 호사가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나돌면서 더민주 후보들마다 좌불안석으로 초비상이 걸렸다.
국회의원 후보 등록 마감 하루 전인 24일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30분 간격으로 후보자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생사(生死)를 가르는 본선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국민의당. 공천장을 받은 10명의 국회의원 후보와 익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설 정헌율 전 전북도행정부지사 등 11명의 본선 주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잃어버린 전북 정치를 되찾아 오겠다"며 각자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유성엽 후보(정읍)는 "전북에서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는 122년 전 정읍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며 "국민의당 후보 10명 전원 당선을 통해 제2의 동학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김관영 후보(군산)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전북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며 "상대를 헐뜯거나 비방하지 않고 정책을 통해 공정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도당위원장의 이름을 걸고 다짐했다.
김광수 후보(전주갑)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치를 혁파하고 새로운 책임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하겠다"고 예리한 날을 세웠다.
정동영 후보(전주병)는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전북의 몫을 되찾아 도민과 함께 나누겠다"며 "풍부한 전북 관광자원을 활용해 자영업자들이 잘 사는 전북을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정헌율 익산시장 후보도 "익산에서는 지금 시장 후보가 없어 이웃 도시에서 빌려오고,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인물에게 공천을 주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익산의 정치와 행정을 복원하는 데 온 힘을 쏟아 붓겠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도 가졌다. 협약식에는 김광수(전주갑), 장세환(전주을), 정동영(전주병), 김관영(군산), 이한수(익산갑), 조배숙(익산을), 유성엽(정읍·고창), 임정엽(완주·진안·무주·장수), 김종회(김제·부안), 이용호(남원·임실·순창) 국회의원 후보와 정헌율 익산시장 후보가 모두 참여했다.
국민의당 후보 합동 기자회견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이어 같은 장소에서 전주권 국회의원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3명의 후보가 맞불을 질렀다.
김윤덕(전주갑)·최형재(전주을)·김성주(전주병) 후보들 역시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60년 전통의 정통야당인 더불어민주당만이 정권교체의 선봉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간곡한 지지를 부탁했다.
이들 후보들은 "젊은 세 명의 후보가 전북의 구원투수가 되겠다"고 운을 뗀 뒤, 국민의당을 직접 겨냥해 "야권 분열은 결국 과거로 퇴행했을 뿐이고, 전북의 정치권이 제2의 자민련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지금 전북은 과거에 머물지, 미래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더민주당을 행동하는 강한 야당으로 만들고, 전북과 대한민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망친 주범은 바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라며 "무능한 박근혜 정권에 맞서 서민경제를 살리고, 한반도 평화를 찾아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 정당은 더민주당 뿐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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