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정진운 하면 몇 가지 떠오르는 단상이 있다. '미스틱 오픈런' 공연장에서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계속 부르며 "정진운 밴드가 만들었다"고 설명하던 얼굴, 그러다 몇 차례 팔을 들었는데 흥건히 젖어 있던 셔츠, 대기실 소파에 앉아 자연스레 캔맥주를 따서 건네며 짓던 편안한 미소.
연예부에 오기 전까진 아이돌 음악과 거리가 멀었던 탓에 2AM은 기자에게 그리 친숙한 이름은 아니었다. 그래서 늦은 시간 공연장까지 가는 걸음이 더뎠고 공연장 안에 들어섰을 땐 다만 '정진운이 팬이 굉장히 많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공연장을 채운 관객들 대부분이 그의 팬이었겠지만 미공개 곡들을 연이어 부르는 과감함은 놀라웠다. 관객들이 모르는 노래로 공연을 이어나간다는 건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시도일 터. 여기에 셔츠 곳곳에 묻은 땀에 아랑곳 않고 공연을 진행하는 점이 참 신선했다. '그래도 아이돌인데'라는 의아함이 몇 번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날은, 그러니까 지난해 5월 20일은 정진운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콘서트를 연 날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에서 소속사 이적과 음악색의 변화, 활동 계획 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는 인터뷰라는 개념을 아예 지운 듯 무척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의상을 갈아 입고 들어서자 마자 한 곳에 놓인 캔맥주를 기자 몇몇에게 건네더니 자신도 하나를 들어 따 마셨다.
아이돌, 2AM, 연예인 같은 생각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든 자유로운 태도. 여기에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직접 연락을 취했다는 발언부터, 그럼에도 "윤종신에게 직접 연락하기는 치사해서 캐스팅 팀에 먼저 연락했다"는 솔직한 고백까지. 누군가에겐 숨기고 싶을 속마음일텐데 정진운은 거리낄 것 없이 꺼내놨다.
어쩌면 그에겐 음악과 관련해서는 부끄러울 게 없는 걸지 모르겠다. 노래하다 흘린 땀이기에 셔츠가 젖어도 창피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는 것이기에 먼저 소속사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주저되지 않고. 체면을 생각하며 주춤거리는 것보단 용기를 내는 편이 정진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음악적 욕심이 미스틱 이적 후 처음으로 발매하는 앨범 '윌'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신대철부터 어반자카파 조현아, 타이거JK까지 많은 뮤지션들이 '윌'에 협력했다는 건 그만큼 정진운이 오랜 시간 이 앨범을 위해 발로 뛰었다는 걸 방증한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앨범의 첫 번째 트랙 '트리키'는 강렬한 기타사운드가 특징인데, 이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정진운은 '록의 전설'이라 불리는 신대철에게 직접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운은 이제 밴드로, 또 솔로로 첫 출발을 알렸다. '윌'에 담긴 뮤지션 정진운의 의지와 진심이 대중의 마음에 잘 전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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