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태국이 오랜기간 머물러온 '중간소득의 함정'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간 소득의 덫이란 빈곤국에서 고도의 경제 성장을 하던 국가들이 부유한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성장을 멈춘 채 장기간 동안 정체상태에 태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전세계에 절반에 가까운 국가들이 이 중간소득 국가이며, 대부분이 이 함정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곳이 태국이다. 1960년대부터 태국은 35년간 거의 연 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경제성장의 역사를 써왔다. 자동차·전자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결과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은 1996년 3000달러로 1962년의 100달러에 비해 300배나 늘어났다. 이같은 성장세를 발판으로 태국은 중간 소득 국가에 진입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지역을 강타했던 금융위기 뒤 태국의 경제는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에 0.8%로 추락했다가 2012년에는 7.3%, 2012년에는 2.8%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GDP 성장률은 평균 4% 대로 이는 아시아의 다른 중간소득 국가에 비해서는 극히 낮은 것이다.
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불안이다. 2006년과 2014년에 2번의 쿠데타 발생했다.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태국 정부는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데 실패했다"고 미국 언론인 포브스는 최근 지적했다. 근시안적인 정책들만 남발됐고,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다.
고소득 국가로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그동안 태국은 R&D 분야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2011년을 기준으로 태국의 GDP 중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0.39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태국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계 기술산업 분야에서 도태됐다. 선진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며,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해 내지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임금의 상승으로 저비용의 제조업에서도 경쟁력이 없다.
최근 경제성장 정체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군부도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 발표한 20년간의 국가발전계획, 태국 4.0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장기 과제로 내년부터 실행되는 국가발전계획의 골자는 안보, 국가 경쟁력 강화, 인적자원 개발, 사회적 평등, 녹색 성장, 공공분야 개혁 등을 6대 과제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4가지 지원전략을 편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경제 인프라와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 수준을 향상하는 4가지 지원 전략은 대부분 디지털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태국의 정세와 부족한 인적자원 탓에 과연 태국이 다시 재도약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고 포브스는 지적했다.
태국과 함께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역시 최근 몇년간 중간소득 함정에서 벗어나기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첨단기술, 고부가가치 산업발전을 통해 이뤄내는 '지속적인 성장'은 앞으로 동남아시아 경제들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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